이달 초 갑작스런 췌장암 발견으로 ‘한 달여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삶이 선고된 강영우 박사(68). 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인들에게 보낸 마지막 작별 편지가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차관보급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을 지낸 강영우 박사는 지난 10월 담석으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할 때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이후 추가 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돼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남겨둔 강 박사는 아내와의 첫 만남 부터 미국 사회 지도자로 우뚝 선 두 아들의 자랑스런 양육까지 지난 삶을 회상하며 차분히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강 박사는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강 박사는 중학교 시절 닥친 실명을 통해 “하나님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역사를 이뤄내셨다”고 감사해 했고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다. 감사드린다”는 말로 임박한 작별을 알렸다.

아내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기도 한 강 박사는 “50년 전 서울 맹학교 학생 시절 자원봉사자 여대생인 아내를 처음 만났다. 10년 뒤 그 예쁜 누나에게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며 비전이 담긴 석자 ‘석은옥’을 선물하며 프러포즈를 했다”고 했다.

또 “아내와 함께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지 40년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속에서 우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두 아들이 미 주류사회의 리더로서 아버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며 아들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강 박사의 첫 아들 진석 씨는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 닥터에 뽑혔으며 둘째 진영 씨는 지난해 10월 미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됐다.

강 박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며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았다.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하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강 박사는 중학 시절 외상으로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했다. 이후 1972년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돼 교수로 활약하다 부시 행정부 7년 간 백악관 직속 장애인권위원회 정책 차관보를 지냈다. 2006년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등의 미국 대통령, 록펠러,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 등과 함께 127인의 위인으로 선정되어 루스벨트 홍보센터 강당의 기념 의자에 기록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빛은 내 가슴에(기독교방송사), 강영우 박사의 성공적인 자녀 교육법(두란노 서원), 교육을 통한 성공의 비결, 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석은옥 공저), 아버지와 아들의 꿈,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내 안의 성공을 찾아라(이상 생명의말씀사 간) 등 영어판을 포함 총 14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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