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한국개혁주의장로교연구소(소장 김성봉 목사)가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에서 '한국장로교회의 현실인식과 지속 가능한 발전적 대안 제시'를 주제로 제1회 목회와 신학을 위한 개혁주의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개혁신학과 개혁교회의 신앙 정체성'을 주제로 발표한 조성재 목사는 화란((和蘭·네덜란드) 아펠도른 신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독일 오스나브뤼크 하나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유럽한인개혁교회연구원 코디네이터, 한국개혁주의장로교연구소 협력연구원, 하늘뜻섬김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또한 신반포중앙교회에서 양성한 열매로도 소개됐다.
조 목사는 먼저 둔화된 인구 증가율과 기독교회(일부 대형교회 혹은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교권 정치적 이기주의, 가속화된 교회 세속화, 탈신학적-비기독교적 교회 운동, 이단사설의 교회 내 침투 등 이유로 교회의 외적 성장이 20~30년 전 상황에 비해 둔화된 것을 지적했다.
조 목사는 "이는 개신교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장로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시대 장로교회가 교회 위리를 교회 외연에만 연관짓고 있다면, 그 자체가 장로교회의 근본 위기를 반증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거된 원인들 근저에 좀더 근원적이고 심각한 교회의 내적 위험을 간파해야 한다. 한국 장로교회가 외연에 치중하여 내적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면 역사적 개혁교회의 반열에서 이탈하여 표류할 것이기 때문이다"며 "문제의 핵심은 개혁된 교회로서 한국 장로교회가 역사적 정통 개혁신학의 유산을 어느만큼 담지하고 있는가에 있다"면서 '교회와 신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개혁된 교회의 신학이 교회에 잘 반영된 구조 필요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 교회와 신학의 관계 이상적
조 목사는 역사적 개혁교회를 특징짓는 신앙고백서들, 신조, 요리문답들에 녹아져 있는 신학 입장들을 소개한 후 "이 토대 위에 개혁된 교회로써 장로교회가 세워진다"며 "이 내용들은 신학교에서 신학후보생을 양육할 때 주로 논의될 내용이다. 신학교에서 개혁신학의 독특성들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목회후보생들에게 전수되는지, 각 교과목에서 어느 정도의 신학적 일관성이 확보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고 했다.
이어 "개혁된 교회의 신앙이 신학에 잘 반영된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교회법적으로 네덜란드 개혁교단 중 하나인 기독개혁교회(Christelijke Gereformeerde Kerken, CGK)의 교회와 신학 관계는 우리에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며 소개했다.
조성재 목사는 기독개혁교회 소속 아펠돈신학대학의 교수 임용 요건을 소개하며 "말씀 수종자로 별칭되는 신학교수 임용요건은 담임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 중에 한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와의 연관성을 확립한다는 데 있다"며 "문자적으로는 은퇴목사로 되어 있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목회를 하다가 총회의 부름을 따라 교수직을 수행하기 위해 목회를 그만 두게된 목사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또 신학교를 말씀 수종드는 교육기관으로 유지하는 주체는 '교회들'이며 그 실행업무는 총회에 의해 조정됨이 명시되어 있다"며 "교수임용 양식에는 총회가 교수 임명의 주체로 표기되어 있는데, 급여는 대학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총회에서 정하며, 교수 은퇴 후 퇴직 수당이나 배우자 사망시 급여에 대해서도 총회가 총괄적으로 정한다고 나와있다. 따라서 신학교수는 목사와 마찬가지로 말씀 수종자로 교회를 섬기되 그 직무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신학교수들도 주일마다 개교회들을 순회하며 설교하는데, 원칙적으로 어느 한 지역교회-대부분 자신이 목회했던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교수는 "신학적으로 교수들은 물론 강사들도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표방하는 세 가지 신앙규범들, 즉 ▲네덜란드 신앙고백서(벨직신앙고백서)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도르트레히트 신조에 동의하고 서명 날인해야 한다"며 "만일 세 가지 신앙규범들에 불일치한 견해가 드러나면 이사회는 그 사항을 충분히 알려 총회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되어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따라서 신학교수는 교회를 위한 말씀 수종자로서 개혁교회의 고유한 신학유산을 수호하는 자일 뿐만 아니라 목회자적 마인드를 가지고 목회후보생을 교육하는 교회선생이다"며 "이러한 교단 교회법적 시행규칙에 따라 아펠도른 신학대학은 어느 개인의 의견이 학교 운영을 좌우할 수 없게 되고, 교수들도 강조점의 차이들은 있을 수 있으나 거의 동일한 개혁교회의 신앙유산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학교육은 법적으로, 실제적으로 교회의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재 목사는 "신학교도 교회법에 따라 총회에 의해 실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장로회주의의 신학적, 공교회적 모습을 회복해야 하는 한국장로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날로써의 주일 성수 개념, 자녀들 신앙교육 등 시급히 회복돼야
이어 실천적으로 장로교회의 내적 위기 중 긴급해 회복해야 할 사항들로 ▲주일성수 개념 ▲성경적 예배모범의 회복 ▲시편찬송의 예배 도입 ▲가정예배와 자녀들의 신앙교육 등을 들었다.
조 목사는 먼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는 주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며 "이 안식일은 주께 나아가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사람들은 먼저 자기 마음을 충분히 준비하고, 종사하던 일상적인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세속적인 직업과 오락에 관한 노동, 대화, 생각으로부터 하루종일 거룩한 안식을 지켜야 할뿐만 아니라, 또한 하나님께 예배하는 공적, 사적 행사, 그리고 불가피한 의무와 자선에 모든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WM, 21,8)"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찰스 1세가 칙령을 통해 순수 퓨리탄 운동을 핍박하기 위해 주일 오후 오락과 스포츠를 하도록 하였을 때, 경건한 장로교 퓨리탄들은 24시간 주일성수 개념을 고수했다. 이 정신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시대 주일 개념은 찰스 1세의 승리로 돌아간 것 같다. 많은 수의 기독교인들이 주일을 구별하여 지키지 않고, 주일 오전예배 후 주일 오후에는 자유롭게 오락과 스포츠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주일은 거룩하고 구별된 날이기 보다 바쁜 일상 중에 쉬는 하루로 인식된 듯 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목사는 또 "사도시대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공교회적 전통이 사적 필요에 의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구별하여 드림으로 주께서 허락하신 모든 시간이 근원적으로 주님의 것임을 성도의 삶으로 확증해야 한다'며 "주일 성수 개념이 모호해지면 예배도 타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 주일학교, 눈높이 교육 '장점'…'신앙계대 이어간다'는 측면에서는 '미약'
계속해서 조성재 교수는 교회와 가정에서 아이들의 신앙교육에 관해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주일학교 체제와 유럽 개혁교회를 비교하기도 했다.
조 목사는 "주일학교의 장점은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신앙을 전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앙의 계대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는 미약하다"며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다시피 하고, 사교육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이 주일날 20~30분의 짧은 눈높이 신앙교육(설교)을 통해 개혁교회 신앙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고 했다.
이어 "유럽 개헉교회에서는 주일예배 시간에 모든 성도가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모여 앉아 예배드린다. 만 6세 이하-학교에서 알파벳을 아직 배우지 못한-아이들만 설교 직전 별도의 장소로 이동하여 눈높이 교육을 받는다. 만 6세 이상 아이들은 주일 공예배에 함께 참석한다. 그 아이들은 연령에 맞게 나름 이해한 언어로 목회자의 설교를 요약한다"며 "그렇게 온 성도가 주일날 한자리에 모여 같은 찬송을 부르며 같은 선포를 듣는 그곳은 할아버지의 신앙이 아버지에서 손자로 신앙계대가 이어지는 복된 공간이다"고 말했다.
또한 조 목사는 "그러나 자녀의 신앙교육은 교회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더 큰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며 "개혁교회 성도들은 저녁 식사 후 함께 성경이나 요리문답을 읽는다. 가정의 목회자 격인 가장이 그 시간에 자녀들을 교훈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가족끼리 저녁 식사하는 일상을 빼앗겨 버렸다. 일상 중 가족이 함께 모여 성경교훈을 따라 대화할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그럼에도 앞선 신앙선배로서 부모는 자녀에게 신앙유산을 전수해 주기 위해서는 함께 성경 읽고 묵상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개혁교회에서의 신앙교육 뿐만 아니라 개혁신앙에 바탕을 둔 학교에서의 신앙교육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신앙인을 길러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주일 개념의 약화, 사교육 시장의 확장, 공교육의 교육철학 부재, 입시 위주의 결과주의 교육 등 이런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이 교회와 가정에서 받은 신앙 정신을 학교에서도 발현하고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며 "개혁신앙의 가치와 철학에 바탕을 둔 개혁교회의 학교기관이 필요하다. 개혁신앙을 표방하는 지역교회들은 다음 세대를 내다보고 학교기관 설립을 관심을 두어 한다"고 했다.
개혁된 신학 뿐만 아니라 개혁된 성도들 많은 교회 이루었으면
조성재 목사는 결론적으로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외면적인 것보다 내면적인 것에 있다"며 "교인들의 신앙이 점차 개별화, 개인화, 상대화되어 가고 이다. 교회는 소비자에게 맞춤 서비스를 내어놓듯 사람이 편리한 방식대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목사는 "기독교는 역사적이며 공적인 계시종교에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종교로 변모해 가고 있다"며 "신학과 신앙이 모호해져 가는 시대에 한국 개혁주의 장로교회는 신학과 신앙의 귀한 유산을 회복하여야겠다. 개혁된 신학 뿐만 아니라 개혁된 성도들이 많은 교회를 이루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무적인 것은 최근 10여년 동안 역사적 정통 개혁신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과 적지 않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개혁신학의 유산을 원전으로부터 연구,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며 "덕분에 '개혁'이라는 말이 이전에 없었던 새것을 창출하는 의미로 도용되는 것에서 오래되고 확실한 하나님 말씀(오직 성경)을 따라 옛 사도들의 신앙가르침으로 돌아가는 역사적-공교회적 '개혁'의 의미로 어느 정도 교정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목사는 "안타까운 것은 그런 개혁신학에 대한 관심과 신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혁신학의 교회법적 전통과 신앙고백 내용이 각 교회에까지 직접적이고도 빠르게 파급되고 있지 못하다"며 "개혁신학은 있으나 개혁교회가 많지 않은 형국이다. 개혁교회가 많지 않다는 말은 소속 교회의 역사적 신앙고백을 따라 신앙 정체성이 분명한 '교인'들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조 목사는 "의식화된 신앙을 가진 개혁교회 교인들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양육되어야 한다"며 "지금 교회의 내적 위기는 성도 개인의 신앙 고백이 공교회적 신앙고백서들에 일치하지 못하다는 것과 개혁신학이 교회의 신학으로써 봉사하지 못하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혁신학이 교회의 신학으로 되지 못하면, 교회는 신학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