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아랍에밀리트(UAE)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따른 실질 협력 증진방안과 한반도 및 중동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원전, 에너지, 건설·인프라 등 기존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뿐 아니라 보건·의료, 식품·농업, 문화 등의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박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하기는 지난해 2월 모하메드 왕세제의 공식 방한 때와 같은 해 5월 박 대통령의 UAE 방문 때에 이어 세번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알-무슈리프궁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취임 이래 두 번 방문한 나라는 UAE 등 세 나라 밖에 없다"면서 "이는 양국이 명실공히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그간의 에너지·건설 협력 분야에서 소중한 동반자로서 뿐만 아니라 더욱 높은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도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모하메드 왕세제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큰 자긍심을 느낀다"면서 "양국관계는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UAE는 걸프지역 내에서 우리와 유일하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로, 미국·중국에 이어 박 대통령이 취임 이래 두 번 방문한 세 번째 나라다. 박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 간 회담은 지난해 2월, 5월 이후 이번이 3번째 정상회담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존 에너지·건설의 '하드웨어' 일변도에서 할랄식품, 보건·의료, ICT 등 '소프트' 부문으로 양국 간 실질 협력관계를 증진하는 방안을 놓고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특히 두 정상은 우리 농산물과 할랄식품의 UAE 수출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 중국·베트남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활로를 모색 중인 우리 농산물이 인구 16억의 '이슬람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날 두 정상의 임석 하에 우리 농림부와 UAE 표준청은 '할랄식품 양해각서(MOU)'에 서명, 우리 농산물이 중동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까지 우리의 할랄 관련 농식품 수출은 지금까지 6억8000만 달러로, 정부는 2017년까지 12억3000만 달러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양국 정상은 또한 UAE에 GCC 6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문화원을 설립, 우리의 한류문화가 중동지역에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2000년대 이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K-POP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증가하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양국 정부 간 문화 교류는 거의 없는 상황. 이날 두 정상 임석 하에 양국 외교부가 '문화원 설립 MOU'를 체결함에 따라, 정부는 UAE 수도 아부다비에 한국문화원을 개설해 한국어·태권도·한국음식 강좌를 열어 한류문화를 보급하고 UAE와 예술·체육·관광·영화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양국 간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도 강화됐다. 지난해 서울대 병원의 칼리파 병원과 약 1조원 규모의 위탁 운영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의 보건의료분야 협력이 한 단계 격상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달 중 아부다비에 건강검진센터를 개원하는 서울 성모병원과 VPS 그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측은 '두바이 검진센터 운영에 관한 협력협약'을 맺고 두바이에서도 검진센터를 건립하고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우리 보건복지부는 이번 방문기간 UAE 샤르자보건청과 보건협력 이행약정을 체결하고 샤르자 대학 병원 내 소아암센터(30병상 규모)의 구축 및 위탁운영을 지원키로 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안보와 중동 문제, 사이버 보안 등에 대해서도 '한 뜻'임을 확인했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UAE가 비확산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해주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나가는 데 있어 UAE 정부가 지속 지지해준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이버 위협이 점점 고도화되고,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고 있어 국가간 공조가 필수적"이라며 "이 분야에서 많은 기술을 축적한 한국과 UAE가 협력하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모하메드 왕세제는 "UAE도 사이버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한국과의 협력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UAE가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4월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UAE의 적극적인 참가를 당부했다.
한편,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의 임석 하에 △양국 외교부간 한국문화원 설립 MOU, △우리 산업부와 UAE 외교부간 제3국 원전사업 공동진출 MOU, △양국 농림부간 농업협력 MOU, △우리 농업부와 UAE 표준청간 할랄식품 MOU, △우리 산업부와 UAE 국무장관실간 제3국 공동진출 MOU, △양국 관세청 간 세관상호지원협정 등 총 6건의 MOU가 체결됐다. 또 협조융자, 두바이 검진센터 운영, 한-샤르자 보건의료, 유전개발 기술, 측정표준, 국제공동연구, 신재생에너지 공동연구 및 인적교류, 코딩교육솔루션 수출 등 양국 정부 및 기업 간 8건의 MOU가 이뤄졌다.
청와대는 할랄식품 MOU를 통해 오는 2018년 1조6천260억달러(약 1천8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슬람 문화권 먹을거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