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13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된 북한에서 성도들에 대한 박해가 계속 심화되고 있으며, 종교적 인권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 오픈도어선교회(공동대표 김성태 교수·신현필 목사)는 2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 세계에서 박해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며, 북한 사역도 조중 국경지대의 경계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증가…북한 현황 = 북한선교연구소 연구원이자 오픈도어 '월간 북한개발소식' 편집인인 이다니엘 간사는 "오픈도어는 매년 박해 실태를 조사해 '월드워치리스트(World Watch List)'를 발표하고 있는데, 13년째 박해순위 1위인 북한(92점)은 말할 것도 없고 전반적인 국가들에서 박해 점수가 상승했다"며 "2위인 소말리아(90점)의 박해 점수는 북한에 근접하는 등 박해가 예전이 비해 증가해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박해가 심해진 이유는 IS 등 '극단주의 이슬람'이 가장 큰 이유이며, 이 때문에 중동지역 국가들의 박해 점수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독재자의 편집증, 부족 갈등, 공산주의 위협은 박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북한선교 현장에 대해 이 간사는 "지금 조중 국경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며 "식량, 일자리 등을 구하기 위해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나오기 더 어려워지면서 국경지역 사역에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방백서 2014에 따르면, 북한은 자강도 지역에 새로 12군단을 창설해 조중 국경지대 일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소니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의 북한 반입을 막기 위해 북한 내에 들어오는 '알판'(CD, DVD-ROM)이나 기타 외부 물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 역시 얼마 전 북한 탈영병이 중국인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자 2천여 명의 병력을 국경에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조중 국경지역에서 더 많은 병력이 배치되고 경계와 감시가 강화될수록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은 탈북자가 강제 송환되거나 붙잡혀 모진 고초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관련 사역을 하는 중국 교인, 한국인 사역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소는 최근 당국에 체포돼 모진 고문과 고초를 받는 수백 명의 북한 내지 성도들을 위한 비상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해 이다니엘 간사는 "분명 영향력이 있다"며 "인권이 문제시되면 월경자에 대한 고문 수위가 좀 낮아지거나 교화소로 바로 보낼 것을 구류장에 억류했다 풀어주는 등 박해 수위가 완화되는 경우들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겉모습만 그럴듯한 조치들일 수 있지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올해 북한 내 종교적 인권 상황의 개선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며 "기본적으로 북한은 김정은 정권 유지와 주체사상에 의해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중요한 조중 국경지역에서의 사역이 통제 강화로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북한 내지 성도·월경자·탈북자들을 위한 오픈도어 사역 = 이다니엘 간사는 "가장 박해가 심한 북한에서는 성경 전달, 지도자 훈련 사역과 같은 일반사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도어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사역한다"고 말했다. 실제 오픈도어 북한선교연구소는 비밀리에 수만 권의 성경을 북한에 반입하고, 북한 성도들에게 신앙 자료, 생필품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초교파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제작하는 라디오 신학프로그램 운영, 극동방송과 함께 한류, 창조과학, 성경 말씀 프로그램 제작 및 송출, 월간지 발행, 중보기도 사역 등을 하고 있다.
오픈도어는 북한 내에서의 제한적 사역뿐 아니라, 중국으로 월경한 북한 주민과 인신매매에 의해 강제적이든 혹은 자발적이든 중국인과 결혼해 자녀를 낳고 중국에서 살아가는 북한 여성들의 신앙과 생활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이 간사는 "많은 단체가 중국에 있는 월경자,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일을 하는데, 우리는 그들이 중국인 커뮤니티 안에서 적응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돕고, 가능하면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들도 돕는다"며 "북한 내지 성도들도 북한 안에서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역 방향"이라고 말했다.
◆ 북한선교, 서구교회에서 적극적 관심과 지원 이뤄져 = 이 간사는 또 "오픈도어는 현장 사역을 지향하며, 박해가 심한 곳일수록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북한은 워낙 박해가 심해서인지 유럽, 미주 등 해외 교회가 한국교회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오픈도어 북한사역 지원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감사하면서도 안타깝다"며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가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해외 교회가 더 열심히 하려고 하니 아쉽고,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유럽 교회의 쇠퇴와 선교동력의 약화가 북한을 비롯한 박해국가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생각보다 열정적인 복음주의자들이 유럽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오픈도어 국제본부가 위치한 네덜란드 등에서 북한교회에 대해 증언해 달라는 요청도 많고, 집회 때마다 많은 분이 와서 은혜받는다. 그런 것을 보면 유럽에 신앙의 뿌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저력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북한교회 실상에 대한 증언, 간증이 해외에서 오히려 수요가 많은데, 간혹 검증되지 않은 강사들이 과장, 왜곡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오픈도어는 탈북자 강사들을 검증하여 보내는 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선교학교 4월부터 9월까지 1~3차 걸쳐 진행 =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선교 관심자들의 교육과 훈련, 동원, 북한선교의 이해 증진을 위해 제4기 오픈도어 북한선교학교를 실시한다.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북한에 대한 전문 지식과 관련 전문가와의 네트워킹 기회 제공, 실질적인 북한선교 참여를 목적으로 하며, 2012년부터 매년 진행돼 왔다. 연구소는 "성도들에게 북한선교에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격려할 뿐 아니라, 실제 북한선교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 선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오픈도어가 전 세계 박해받는 그리스도인을 직접 섬기고 격려하는 일을 하는 만큼, 피부로 와 닿는 유익한 강의와 훈련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는 1차 선교학교(4월 6일~5월 11일 매주 월요일), 북한교회 역사와 핍박 상황, 북한선교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2차 선교학교(6월 1일~7월 6일 매주 월요일)를 각각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제2연수실에서 진행한다.
1차 선교학교에는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탈북 시인 최진이 대표(계간 임진강 편집인), 신효숙 남북하나재단 팀장,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 이상만 중앙대 교수, 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이, 2차 선교학교에는 이종만 목사(버밍엄대 박사, CLC 기획실장), 유관지 감리교 북한교회연구원 원장, 강동완 동아대 교수,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탈북민 김은진 뉴코리아교회 사모, 하광민 생명나래교회 목사 등이 강사로 나선다.
이다니엘 간사는 "강사들은 기본적으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책이나 논문 등을 쓴 분으로, 정치색을 내세우지 않으며 중립적으로 강의할 분들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활발히 활동 중인 유명 강사들도 있고, 북한 내 한류열풍을 연구한 강동완 교수님 강의, 공산화 이전부터 신앙을 지켜온 북한 그루터기교회 신자의 후손 김은진 사모님의 강의도 유익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료생들은 사역 현장에 직접 동참하는 경우 외에도 재정후원, 기도후원, 번역 등 자원봉사 등으로 오픈도어 사역에 합류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북한기도제목을 나누는 서울지역 월례기도회에는 3차 선교학교 수료자를 중심으로 25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고양파주모임과 오픈도어가 공동주최한 제3기 북한선교학교 수료생들의 기도회도 올해 1월 개설돼 7~8명이 참여하고 있다.
선교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강의로, 오픈도어 현장 사역자와 협력 사역자를 초청해 북한선교 전략을 배우는 3차 선교학교(8월 10일~9월 14일 매주 월요일)는 지원서를 받고 본인 확인절차를 거친 후 수강할 수 있다. 1, 2차 선교학교는 각 차수 1, 2주 강의 시간에 현장 접수를 받는다. 또 3차 수료생에 한해 조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여행에 참여할 수 있다. 회비는 회차당 5만 원(교재비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