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16일 오후 국회 인준표결 결과가 향후 정국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 또는 부결, 어느 쪽으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여야관계는 물론 여야 내부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의 주도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부결보다는 가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당·청은 후속 개각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후속 인사 등 인적 개편 마무리를 통해 국정동력 회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부적격' 딱지를 붙이며 인준을 반대해온 만큼 여야관계에는 격랑이 예상된다.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통과되면 국회일정 '올스톱'을 경고하고 있어 당장 남은 2월 임시국회부터 거친 파도가 일 것으로 보인다.

2·8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민주주의,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 후보자 인준안을 놓고도 여야 공동여론조사를 통한 심판을 주장하며 강경 목소리를 주도해왔다. 표 대결에서 수적 열세에 따른 야당의 물리적 한계에도 이 후보자 인준안은 문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벌써부터 표결에 참여하면 여당의 표결에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이, 표결에 불참하면 의회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상반된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준안 표결에 참석하기로 결정하는 경우에도 일부 '이탈표'가 나오면 '문재인 대표체제'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준안이 통과된다면 후속으로 단행될 개각과 청와대 인사도 불붙은 여야관계에 기름을 끼얹거나 소화제(消火劑) 역할을 할 중대 변수로 꼽힌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의석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붙인 인준안이 부결되는 상황은 여당과 청와대로서는 악몽 그 자체다. 총리 인선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당장 후속 개각과 청와대 인사를 통해 국정을 다잡으려던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스텝이 꼬이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은 여당 단독표결이든 야당이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든 인준안 가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이탈표' 단속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은 재적의원(295명)의 과반(148명)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당별 의석분포는 새누리당 158석, 새정치연합 130석, 정의당 5석, 무소속 2석 등이다. 여당 단독 표결시 의결정족수(재적의원의 과반인 148명)만 충족하면 인준안 가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송광호 조현룡 의원이 구속돼 있고, 현역 의원 신분인 이 후보자가 표결에 나서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3표가 빠진다. 일부 이탈표가 나와도 출석 의원의 과반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인준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야당이 표결에 참여하면 이탈표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158명 가운데 3명(송광호 조현룡 이완구)이 빠지면 155명이, 새정치연합은 130명 가운데 구속된 김재윤 의원이 빠지면 129명이 참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최대 출석 가능 인원은 새누리당 155명, 새정치연합 129명, 정의당 5명, 무소속 2명 등으로 총 291명이다. 291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과반은 146명이 된다.

야당이나 무소속이 모두 반대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10표만 생겨도 부결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인준안이 부결되면 지난 2일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물론 유 원내대표와 비주류 '투톱'을 구성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관계를 모색 중인 당·청 관계에도 중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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