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종교적 폭력을 비판하며 이슬람국가(IS)를 중세시대 십자군에 비유한 것이 논란을 낳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제6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연설하면서 현재 IS가 벌이고 있는 소수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중세시대 십자군이 비기독교인들에게 가한 폭력에 빗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반박에 부딪혔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빌리그래함전도협회의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러한 발언에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예수라는 이름으로 악행을 저지른다고 해서 예수가 그와 같은 일을 명령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 자리에서 IS가 저지르고 있는 일이 1천여 년 전 십자군이 벌인 일과 같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며, "역사를 통틀어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을 자신의 소욕을 채우는 일에 악용해 왔지만 예수가 가르친 것은 평화와 사랑, 그리고 용서였다"고 강조했다.
그래함 목사는 이슬람의 선지자인 마호메트는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반면, 예수는 "죄 없는 삶을 살았고 인류를 위해서 생명을 대신 주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예수를 진정으로 따르는 자들은 예수를 닮고 마호메트를 진정으로 따르는 자들은 마호메트를 닮는다"고 말했다.
패밀리리서치카운슬의 토니 퍼킨스 목사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것은 이슬람의 근저를 이루는 사상이 바로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들을 죽이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국가조찬기도회는 대통령이 이슬람으로 인해서 일어나고 있는 중동 지역의 대량학살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종교자유 수호와 종교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테러에 대한 대처를 주된 주제로 연설하며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합된 노력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그러나 보수 복음주의 교계는 종교자유 문제를 거론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오바마 행정부 이래로 세속주의 가치관이 전통적 기독교 가치관을 억압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내 종교자유에도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복음주의 교계 대표 중 한 명으로 초청된 전미히스패닉크리스천리더십컨퍼런스의 사무엘 로드리게즈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가진 신념을 존경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행정부의 종교자유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한다"며, "대통령의 말은 매우 강력했지만 이러한 말을 행동과 일치시킬 수 있을 때 21세기의 종교자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