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가사소송법이 지난 1991년 제정 이후 24년 만에 미성년 자녀의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크게 개정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위원장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권·양육권 결정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사소송법 전부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그동안 부모의 이혼 소송은 물론 친권 및 양육권 소송에서도 자녀들은 소송의 목적물처럼 취급돼 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자녀들은 앞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 미성년 자녀 소송·비송 능력 인정·절차보조인 도입·진술청취 강화 =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사소송법 제1조에 '미성년 자녀의 복리 보호'를 가사소송법의 목적으로 추가한 점이다. 현재는 '가정의 평화', '친족간 서로 돕는 미풍양속 보존·발전' 등이 목적으로 명시돼 있다.

또 미성년 자녀의 절차적 권리도 대폭 보장된다. 앞으로 미성년 자녀도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을 제기할 수 있으며, 항소·항고도 직접 할 수 있다. 개정안은 '가사비송사건'의 비송능력도 원칙적으로 인정, 자녀가 직접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선정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미성년 자녀의 보호를 위해 소극적 당사자인 경우와 상소심에서는 절차능력을 부정함으로써 대리인에 의해 신중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미성년 자녀의 소송·비송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미성년 자녀, 미성년 자녀의 친족, 상대방, 이해관계인, 검사의 신청으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미성년 자녀가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절차보조인 제도가 도입된다. 변호사뿐 아니라 일반인도 절차보조인이 될 수 있으며, 절차보조인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성년 자녀와 법정에 동석해 진술을 보조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된다.

진술청취 절차도 강화된다. 법원은 모든 가사사건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재판을 할 경우 의무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그동안 친권 및 양육권 소송에서 자녀가 13세 미만이라면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됐지만, 앞으로는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의견을 들어야만 한다.

개정안은 또 미성년 자녀 관련 사건의 관할을 미성년 자녀 거주지의 가정법원으로 확대했다. 아내가 남편의 가정폭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성년 자녀와 함께 서울에서 부산으로 주거지를 옮겨 홀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그동안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부산가정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재산이 있음에도 법원이 정한 양육비 지급의무를 부당하게 이행하지 않는 경우, 기존에는 이행명령 이후 3개월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야 비로소 감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30일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바로 감치된다. 또 친권자 지정, 친권상실·정지, 성년후견개시 등의 청구 사건에서는 가정법원이 허가하는 경우에만 취하할 수 있도록 해 미성년 자녀의 진정한 의사와 복리에 반하는 취하를 견제했다.

■ 편익 증진·법률접근성 확대·가정법원 후견 기능 강화 = 복잡한 가사사건 분류도 알기 쉽고 직관적으로 변경한다. 기존의 '가, 나류 가사소송사건'은 '가족관계(혼인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가사소송사건'으로, 기존의 '다류 가사소송사건'은 '재산관계 가사소송사건'으로, '라, 마류 가사비송사건'은 '상대방이 없는,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으로 재분류했다.

또한 가사사건 관련 민사사건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내고 서울중앙지법에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동안 가정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의 결과를 기다려 분할 대상 재산의 소유관계가 확정되면 이혼 소송 판결을 선고해 왔지만, 앞으로는 가정법원에서 사건을 이송 받아 동시에 심리한 뒤 선고할 수 있게 된다.

가사사건 담당자에게 사건 당사자에 대한 사생활 보호의무를 부여하는 원칙 규정도 신설된다. '사생활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가사소송에 특유한 소송공개의 예외 사유로 규정, 사건 당사자 등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했다.

혼인관계 사건의 관할도 합리적으로 개선된다. 국제결혼 사기 피해자가 제주도에 거주하는 경우 그동안 이혼 소송 재판기일마다 서울가정법원에 출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제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가정법원의 후견 기능도 강화된다. 특히 안정적인 면접교섭권(이혼 뒤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만나고 연락할 수 있는 권리) 행사를 돕기 위한 '면접교섭보조인' 제도가 도입된다. 면접교섭보조인은 미성년 자녀의 의사 확인,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의견 조정, 면접교섭 전후 자녀의 인도 등 면접교섭의 원만한 진행을 돕고 이를 가정법원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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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소송법 #미성년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