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그리고 잘 알지 못하던 악마가 죽었다.”
미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로,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의 인권 참상을 미국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수잔 숄티 여사는 김정일의 사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숄티 여사는 19일(현지시각)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죽었다고 해서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단순한 안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매우 민감하고 위험한 시기”라며 “권력 승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부 충돌의 긴장 속에서 권력을 잡은 김정은이라는 지도자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숄티 여사는 “김정은이 강한 군대를 가지고 독자적 행보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평도, 천안함 사건에 김정은이 관련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라며 “요즘 북한 내 박해가 오히려 심해지고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는 인구수는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북한 인권은 더 악화된 상황”이라며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 인권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멈춰선 안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풍선, 라디오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일이다. 말하고 들을 권리가 철저히 제한된 유일한 나라 북한의 주민들을 위해 대변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회의원들과도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는 숄티 여사는 “내년이 북한에 있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김정일 초기 집권 당시 북한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등 국제사회 지원을 받기 위해 거짓 약속을 일삼았던 전력이 있다. 이 같은 행동은 정권유지를 위한 단순한 국제 유린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김정은이 정권유지를 위한 어떤 전략을 사용할 지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잔 숄티 여사는 지난 1996년부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녀는 美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청문회를 1999년 4월 처음으로 개최하는 데 기여했으며, 미국에서 ‘2004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워싱턴 D.C.에서 ‘북한 자유의 날’ 행사를 조직하고, 국회의사당과 홀로코스트 박물관 앞에서 시위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북한 자유주간’ 행사를 통해 북한의 여러 불법활동과 일본인 납치문제, 국군포로 및 납북자 억류 만행을 전세계에 알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중국 내 탈북난민 북송중단을 위해 ‘북한 주민에 자유를(Free North Koreans)’이라는 글이 새겨진 고무팔찌 착용운동을 펼치는 한편, 중국 내 탈북난민들의 고아를 입양시키는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제9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