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집트의 압델 파타 알시시 (Abdel Fattah al-Sisi) 대통령이 현지 이슬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연설에서 "평화를 위해 종교적 혁명을 이끌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천 년 역사의 이집트 최고 이슬람 교육기관인 알아자르대학교에서 행해진 연설에서 알시시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 보코하람, 알카에다 등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들에 의해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부분이 이제는 이슬람을 더 이상 '평화의 종교'로 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16억 무슬림들이 이 세계에 살아가는 70억여 명의 나머지 사람들 모두를 죽이기 원한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라며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이슬람이 폭력적 종교로 비추어지는 것에 대해 경계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종교적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겠다"며,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은 알라 앞에 책임이 있다. 전 세계는 여러분이 조치를 취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움마(국제적 무슬림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고, 파괴되고 있으며, 상실되어 가고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다"고 호소했다.
또한 알시시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신의 이름으로 살해를 저질러 온 종교는 이슬람뿐만이 아니다"며 중세 시대 기독교 십자군 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독교가 이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데 반해, 이슬람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자들을 죽이는 고대의 폭력적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폭력은 전 세계를 고통 속에 빠뜨릴 뿐이다"며,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이맘들은 물론 전 세계 이슬람 지도자들이 '알라의 이름으로' 종교적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우리가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것이 움마 전체를 불안과 위험, 살해와 파괴의 근원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것은 당치 않다"며 "(극단주의적 신학에) 사로잡혀서는 사리를 분명하게 분별할 수 없다. 이러한 신학으로부터 벗어나서 바깥 세상의 시각으로 우리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의 혁명을 요청한 이 같은 연설은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티인 조지 윌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용감한 행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이 극단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들면서, '이러한 연설은 매우 용감한 행동이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한 행동'이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알시시 대통령은 이러한 신년 연설 이후인 지난 6일 이집트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콥트교회 미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 미사에서 이집트 국민들이 종교적 차이를 극복하고 화합을 이뤄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