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지난 2일 새해 첫 신학발표회를 개최한 가운데, '한국사회의 정신적 방향과 교회영성 : 목회적 관점'을 주제로 발제한 경동교회 박종화 담임목사는 빛과 소금으로의 교회의 사명을 강조했다.
박종화 목사는 이날 오전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한국사회의 정신적 방향과 교회의 영성'을 주제로 열린 제42회 기독교학술원 신년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서 "교회가 소금 고유의 기능을 잃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박종화 목사는 "소금의 기능은 먼저 소금 고유의 '짠맛으로서의 기능'이다. 교회는 세계를 위한 '영적, 정신적 목회자'로서 존재한다고 본다. 이것이 교회의 세상을 위한 '제사장적' 직분이라 할 것이다"며 "이것을 소자는 세계의 알맹이인 '평화'의 실체라고 보며, 세상의 소금으로 자처하는 한 교회의 평화사역은 권력, 부, 폭력, 전쟁과 지배가 아닌 십자가 사랑의 헌신과 섬김을 바탕으로 하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주님의 평화'(요 14:27)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즉 '그리스도의 평화'(엡 2:14)를 구현하는 교회의 사명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또 "'소금'의 또 다른 기능은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기능'일 것이다"며 "이는 사회를 부패하지 않게 감시하며, 비판하며, 변혁하게 하는 '예언자적' 직분이라 할 것이다"며 "민주화와 더불어 한국은 빠른 시간대의 '경제적 압축 성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불공정한 무한 경쟁, 빈익빈 부익부로 표출되는 위험한 양극화 현상, 부의 축적과 나눔의 빈곤이 빚어내는 공평복지의 이완현상, 여기에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한탕주의와 행운 추구의 심리, 자살율 증가와 폭력행사의 확대, 그리고 이기주의 확산과 공공윤리의 저하 현상 등 폐해는 적시하고 고쳐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바로 소금된 교회가 해야 할 '정의'의 대변자로서 부름 받은 사명을 뜻한다. 이 땅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아 5:24) 해야 한다. 정의는 반드시 경제정의 만이 아니라 각종 사회생활의 영역 속에 자리한 수많은 부조리와, 불의, 타락, 특히 개인적 이기주의와 욕망이 분출함과 아울러 악화일로에 있는 공공윤리와 공적 도덕의 쇄잔 내지 타락의 현상이다"며 "교회는 세상을 썩지 않게 하려면 먼저 교회 자신이 정의의 공동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덧붙여 박 목사는 "한국경제의 급성장에 맞춰 세계 유례가 없는 압축된 양적성장의 와중에서 한국교회는 질적 성숙을 멀리한 채로 혼란과 분열의 극치에 이르게 됨을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십자가'의 희생과 겸손과 헌신을 잊고 기고만장하며 살기도 해 결과는 참담하다"며 "십자가 아래에서 신음하는 세상이 십자가 혼을 망각하고 물량에 취한 교회를 대담히 '염려'하고 있고, 동시에 십자가를 팽개친 교회를 떠나고 있다. 해마다 교인수가 줄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무관심과 비토 현상은 심각하다. 미래가 어둡다"고 말했다.
박종화 목사는 "민주적 자유와 경제적 정의, 이 둘은 한 동전의 양면이다. 제사장적 사명과 예언자적 사명은 교회의 양 팔이다. 평화와 정의는 '서로 입을 맞춘다' (시85:10). '정의는 평화의 열매요 평화는 정의의 집'(이 32:17; 약 3:18)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이 점에 있어서는 보수도 진보도 따로 없다. 교회가 선포하고 실천하는 평화와 정의는 주님의 평화요 주님의 정의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의 빛'으로서의 교회의 사명을 강조하면서는 "교회가 '빛'으로 부름 받은 것은 먼저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어야 함을 말한 것이다. 하나님 자신이 '빛'이시며, 그의 보냄을 받고 오신 그리스도가 세상을 밝히는 '빛'이시다. 그리스도의 부름을 받은 공동체인 교회는 바로 '빛의 공동체'이다. 절망속의 어둠을 희망의 빛이 몰아낸다. 무지의 어둠을 지혜의 빛이 비추어 앎을 준다. 질명의 어둠을 치유의 빛이 고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달과 별이 모두 태양이라는 빛을 반사하는 '반사 빛'이듯, 교회는 세상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하나님의 창조의 빛을 이어받아 세상에 구원을 선포하는 그리스도의 빛을 반사하는 '반사 빛'일 뿐이다"며 "'교회가 있는 곳에 그리스도가 계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계신 곳 마다 교회가 있다'(Ubi Christos, Ibi Ecclesia)는 신앙고백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빛'으로 부름 받은 교회는 주님의 '부활'의 영광과 부활의 광채를 스스로 힘입으라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주님의 십자가를 선포하고 십자가의 복음대로 살아가는 자는 항상 자신에게 지워진 작은 십자가를 지고 살듯이(막 8:35), 빛으로 부름 받은 자는 항상 부활의 증인(행 1:8)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됨의 존재양식 곧 'Being Church'의 모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종화 목사는 "교회의 '빛'됨을 도대체 누가 인정하고 따라올 수 있을까 하고 서글픈 자책의 질문이 교회 내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며 "십자가를 멀리하면 부활은 그 만큼 멀다. 부활은 십자가에서 잉태되었고, 십자가는 부활을 낳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제는 십자가 아래 다시 모여야 한다. 십자가의 교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 후에 부활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 세상은 십자가 없는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활희망이 안 보이는 십자가도 세상을 끌어드리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날은 전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조종남 목사가 새 해에 새 희망과 새 열심으로'란 제목으로 15분 메시지를 전하고 이어 기독교학술원 원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이 '한국교회는 사회의 등대가 되어야 한다 -사회 갈등 조정을 위한 통합, 상생하고 책임윤리의 본이 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개회사를 했다.
발표는 횃불트리니티 총장 김상복 목사가 '한국사회의 정신적 방향과 교회의 영성: 성경적 관점', 경동교회 담임 박종화 목사가 '목회적 관점', 전 감신대 목원대 총장 박봉배 박사가 '윤리적 관점'을 주제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