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찰이 14일 터키 내 10여개 도시에서 언론인과 TV 프로듀서, 경찰 등 최소 24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이끌어온 온건 성향의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굴렌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들이어서 터키 정계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 정부는 굴렌이 정부 전복을 꾀하는 음모를 주도했다고 비난하며 굴렌 지지자들을 탄압해 왔다. 지난해 각료 4명의 사임을 초래한 부패 주장의 배후에도 굴렌 측이 개입돼 있다고 터키 정부는 말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굴렌은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 행한 연설에서 반역자들의 조직을 분쇄하고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담당 집행위원과 요하네스 한 EU 확대협상담당 커미셔너는 "언론인들을 체포한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언론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는 터키의 EU 가입 신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인들의 체포가 이러한 핵심 가치와 터키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터키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터키 국영 아나도루 통신은 법원이 굴렌의 지지자 3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이 가운데 24명이 14일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의 도시들에서 체포됐다고 말했다. 체포된 사람들에는 자만지(紙)의 에크렘 두만리 편집국장도 포함돼 있다. 두만리 국장이 이스탄불의 사무실에서 체포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밖에 사마뇰류 TV의 히다예트 카라차 최고경영자(CEO)와 이 TV의 프로듀서 2명도 체포됐다. 자만지와 사마뇰루 TV는 모두 귤렌측과 연계돼 있다.
아나도루 통신은 체포된 자들은 협박과 위협을 통해 국가 권력을 찬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체포된 경찰들은 2010년 알카에다 테러조직과 연관된 범죄 조직을 조사하면서 증거를 조작, 범죄 사실을 왜곡시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자만지 사옥 앞에 몰려들어 "자유 언론은 침묵할 수 없다"고 외치며 두만리 국장과 다른 용의자들의 체포에 항의했다.
터키 기자협회도 언론인들의 체포는 언론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언론인들을 체포한 것은 비판적인 언론을 분쇄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터키는 올해 초에도 굴렌과 가까운 경찰 몇몇을 불법 도청 등의 혐의로 체포했었다. 많은 터키 국민들이 귤렌의 온건한 정책이 이슬람을 급진적으로 해석하는 현 정부를 대체할 것을 원하고 있어 터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귤렌을 터키로 인도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앙카라(터키)=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