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박사   ©감리교신학대학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세월호 이후의 신학' 기획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신학회는 지난 4일 '기계시대의 눈물: 세월호 사건을 통해 돌아보는 기술문명'을 주제로 연세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연세 미래융합연구원(ICONS) 생태문화융복합연구센터, 한국문화신학회,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부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월호 사건을 통해 돌아보는 기술문명: 제2기계시대의 눈물'을 주제로 발제한 감신대학교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박일준 박사는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우리 시대를 '제2 기계시대'라 이름한다"며 "이 시대는, 제1 기계시대가 '증기기관과 그 후속 기술들로 근력'을 대폭 강화시켜주었듯이, 이제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로 우리의 정신적 능력, 뇌를 써서 환경을 이해하고 변모시키는 능력이 대폭 강화되는 시대'로 정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 기계시대에는 경제 성장의 모델이 바뀌고 있다. 이 모델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바로 인스타그램의 등장과 코닥의 파산이다"며 "15명의 직원을 거느린 인스타그램은 '1억3천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약 160억 장의 사진...을 공유하는 단순한 앱'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에 10억 달러가 넘는 금액에 팔렸다. 그리고 몇 달 뒤 20세기 사진의 대표적 기업인 코닥은 파산신청을 했다. 페이스북으로 공유되는 사진들은 모두 디지털이므로 '현상액과 인화지 같은 것들을 제조하던 수십만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브린욜프슨 & 맥아피, 『제2의 기계시대』)"고 했다.

또 "디지털 시대는 여전히 더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예전보다 소득 격차는 훨씬 더 큰 시대이다. 2012년 미국 총소득이 절반을 상위 10퍼센트가 가져갔는데, 이는 대공황 이후 처음이었다. 가장 소득 증가가 큰 계층은 소득 상위 0.01 퍼센트에 속한 사람들로서 그들은 총 소득의 5.5퍼센트를 가져갔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고 있고 엄청난 부가 창출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 반대면으로 그 결과로 창출되는 수익의 대부분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독점되고 있는 현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1983년과 2009년 사이 미국인들의 총 자산은 증가하고 부유해졌지만, 소득분포 하위 8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의 재산은 '실질적으로 줄어들었다'"며 "아울러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1979년 이래로 중간층의 소득은 그대로이거나 사실상 줄었지만,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무려 278퍼센트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바로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 디지털화, 조합적 혁신'으로서, 이는 제2 기계시대를 추동해 가는 주요 동력들이라는 사실이다"며 "제2 기계 시대에 소득이 증가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우선 '숙련 편향적' 기술자들로서 고학력의 사람들이다. 이는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데, 말하자면 중간소득의 일자리는 급감하고 있는 반면, '비일상적 지식 노동 일자리(금융분석같은)와 비일상적 육체노동 일자리(머리 손질같은)'는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분석같은 비일상적 지식노동자와 머리 손질 같은 비일상적 육체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는 점점 더 벌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교육과 숙련된 기술을 갖춘 노동자가 우대받고 선호되며, 육체노동이나 일상적 지식에 기반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제2 기계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승자독식의 시장경제 구조가 유례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며 "이를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슈퍼스타 경제'라고 이름한다. 여러 경제 분야에서 1인자와 2인자가 가져가는 수익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일준 박사는 "이는 디지털화와 네트워크를 통해 제작비가 절감되면서, 『해리 포터』의 작가 조엔 롤링같은 수퍼스타 작가들의 이익은 급증하는 반면, 그 외의 나머지 사람들의 수익구조는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고 있다"며 "이중 특별히 CEO의 보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최고 경영자가 내리는 결정이 이제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관리가 가능해졌고, 따라서 결정의 중요성도 증가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최고 경영자의 결정이 무척 중요해졌고, 따라서 최고 실력을 갖춘 최고 경영자를 갖는 것이 2인자를 적은 보수에 갖는 것보다 지구촌 경쟁에 훨씬 더 유리한 구조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앱 개발자는 사실 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있을 필요가 없으며, 네트워크와 디지털화 때문에 직접 전 세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소형 다국적 기업'이 된다. 각 지역의 무역장벽이 철페되고 자유무역이 확대되고, 그리고 전 세계 시장이 지구촌화되어가는 경제환경도 수퍼스타 경제를 부추기는 중대한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는 "소득이 악화된 중하위층 계층의 소비가 유지될 수 없다면, 결국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며 "경제적 불평등은 더한 정치적 불평등을 낳을 것이고, 정치권력을 더 많이 틀어쥐는 이들은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치를 취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면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악순환이며, 지금 우리는 그 악순환의 한 가운데에 있는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한국문화신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