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현대기독연구원과 도서출판 복있는사람이 주최한 디트리히 본회퍼 전기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24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교수수련회관에서 진행됐다.
복있는사람은 한국에서는 요약본만 나왔던 에버하르트 베트게가 쓴 '디트리히 복회퍼' 전기를 완역본으로 지난 9월 처음 선보였다.
이날 패널로 초청된 장로회신학대학교 고재길 교수(기독교윤리)는 "한 개인은 그가 속한 공동체와 함께 간다. 그래서 한 개인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공동체의 역사와 분리해서 살 수 없다. 여기에서 한 개인의 역사적 책임성이 나온다"며 "본회퍼는 하나님의 계시공동체로 이해하는 동시에 사회적공동체로 이해했다. 그는 사회적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를 박사논문에서 말했다. 한국교회도 교회에 대해 '사회적 공동체'라는 인식을 겸한다면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는 "어떤 찬양에 보면 '세상 등지고 십자가 보네' 이런 가사가 있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으나 바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담임)는 "그 말은 세상을 등에 지고 십자가를 진다는 말이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기석 목사는 "백소영 교수님이 가족관계로부터 본회퍼라는 인물이 어떻게 나왔는지 설명해 주셨는데, 북콘서트 전 식사하며 한국에서는 이런 사상가가 나올 수 없겠다는 말을 했다"며 "왜냐하면 가문이 좋아 학문 공동체 속에서 자라며 세상에 대한 인식과 사고의 확장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재길 교수는 본회퍼가 17세에 튀빙엔대학교에 입학한 사건도 본회퍼 집안의 교육의 탁월성을 말해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회퍼는 홈스쿨링을 받아 학교를 다니며 월반해서 일찍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며 "거기서 신학의 다양한 흐름들, 종교개혁 신학(루터 신학, 십자가 신학), 바르트의 하나님 말씀의 신학(초월적 계시 중심의 신학)을 배웠다. 그리고 사회적공동체로서의 교회 이해를 박사학위 논문에 펼쳤다. 그의 박사학위 지도 교수 제베르크(R. Seeberg)는 인간의 행동과 의지에 인간성 본질이 들어있다고 할 정도로 실천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교수는 "그렇게 1927년 만 21세로 박사학위를 받고 베를린대학(훔볼트대 전신)에서 신학부에서 시간강사 개념으로 강의했다. 그때는 강의만 하고 사례는 받지 않았었다. 그의 강의 중 '창조와 타락', '그리스도론', '교회의 본질'이 인기를 끌었던 강의들이다. '창조와 타락'과 '그리스도론'은 본회퍼 전집에 들어있는데 '교회의 본질'은 번역이 안돼있다. 이 강의는 '성도의 교제'를 쉽게 풀어놓은 강의이다"고 말했다.
또한 "29세때는 핑겐발데신학원의 책임자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런던에 있으면서 고백교회로부터 받게 된다. 그는 그 당시 간디와의 만남을 위해 인도로 가고 싶었지만 그 직을 수락했다"며 "그곳에서 23명이 공동생활을 하는데 아침묵상 30분, 공동예배, 공동식사를 했으며 서로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고 용서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부분이 특이한데 가톨릭 쪽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이 의식을 공동체 생활을 하며 그대로 실천했다. 또 운동, 소풍 등도 같이 갔다. 공동체 생활의 밑뿌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의식에서 나왔다"고 고 교수는 소개했다.
덧붙여 "1907년 평양대부흥에서도 공개적인 죄고백이 있었는데 오늘날도 어떤 형태로든 이것이 재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재길 교수는 "본회퍼의 신학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목회자 후보생으로 만드는 것인데, 본회퍼는 목회자 후보생이 그리스도의 제자인가 적용하고 자기 스스로에게도 적용하고 각성했다"며 또한 "설교 준비의 성실성, 예언자적 설교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석 목사는 "저는 70년대 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저희 때는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조직신학을 해야되고 실천신학은 학문적 소양이 떨어지는 사람이 한다고 해서 설교학이나 예배학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이화여대 백소영 교수는 "본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이나 '행위와 존재'는 어렵기로 유명한 책인데 이런 이론적인 신학을 하던 시기를 지나서 베딩 지역에서 무산계급 50명의 학생들을 만나 목회적 경험을 하며 자신에게 목회적 부분이 부족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며 "지금 우리 신학교육도 그 어느 때보다 상처 입은 사람이 많은 시대인 것을 기억하고 한영혼 한영혼의 치유가 가능한 교육이 병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본회퍼의 일생을 다룬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본회퍼가 작사한 찬양인 '주님의 선하신 권능에 감싸여'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