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10만 유학생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가 유학생 선교를 위한 공동의 비전을 가져야 하며, 관계 전도, 총체적 선교, 외국유학생지원센터 설립 등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10일 총신대 종합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2014 유학생선교포럼 종합토론에서는 유학생 사역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한국과 세계유학생선교의 방안과 전략'을 주제로 토론했다.
한국세계유학생선교협의회(KOWSMA) 실무회장 문성주 목사를 좌장으로 총신대 선교대학원 강병문 교수, KOWSMA 대표회장 김민섭 목사, 에티오피아 출신 유학생 에브리임 헤센 박사, GMS 배영선 선교사, 한양대학교 조인휘 교수, 서울대교회 김동식 목사가 패널로 참석하고,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 노윤식 박사가 총평을 했다.
이날 김민섭 목사는 "글로컬리제이션 시대와 한국의 다문화 시대를 맞아 구심력 선교와 원심력 선교를 동시에 해야 한다"며 "유학생 선교는 필연적이며, 문화선교적 접근과 수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교사 후보 대상인 외국인 유학생이 이미 10만 명이나 한국에 와 있고,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며 유학생 선교 전략과 방안으로 ▲유학생들의 문화 충돌, 언어, 거주, 아르바이트, 의료, 복지 등을 케어하는 전문지원기관인 '외국유학생지원센터' 설립 ▲문화 활동을 통한 유학생의 삶의 질 향상과 관계 향상을 위한 국제유학생동아리연맹 설립 ▲대학마다 국제교회를 설치하고, 지역교회와 유학생선교단체가 유기적인 협력 관계체제 구축 ▲유학생 전도 및 양육을 위해 교회마다 유학생사역부 설치 등을 제시했다.
강병문 교수는 "한국은 이미 다문화권이며, 우리는 다문화에 맞는 사고를 해야 한다는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유학생들도 한국 문화, 자신의 문화, 하나님 나라 문화 등 서로 다른 문화 가운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유학생 사역은 조직이나 체제가 아무리 좋아도 '일거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반드시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로 접근해 가족처럼 대하고 그들의 실제적 필요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헤센 박사는 "유학생 선교에 대한 코멘트를 말하는 것보다, 어떤 일을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우리 삶에서 어렵고도 중요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비전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전을 가졌을 때 주저하지 않고 삶을 헌신하게 되는 만큼, 어떤 비전을 공유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교회가 유학생 선교에 대해 공동의 비전을 나눌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어 "비전과 현실 사이에 항상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며 "우리가 크리스천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며, 유학생들을 현실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학생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며 "사단이라는 적에 노출된 이들과 기도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헤센 박사는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역 대상이 유학생뿐 아니라 유학생 가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헤센 박사는 "제가 받은 장학금은 저 혼자만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한국에 혼자 오면서 부인과 자녀를 두고 오는 희생이 있었다"며 "저 같은 학생들이 참 많은데, 이런 간극을 메우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가족과 같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역시 유학생 사역은 관계 전도로 해야 한다며 "리더와 제자의 형태로 접근하는 것보다 친한 친구 관계를 형성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센 박사는 통역을 맡은 서울대교회 김은구 리더를 가리키며 "그는 제 가족사도 알고 기쁨과 어려움, 전통 생활문화까지 공유하는 좋은 친구"라며 "이런 형태의 접근이 유학생 선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구 리더는 "유학생들이 정말 다양하다. 복음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친구도 있고, 경우에 따라 그 나라에서 하나님이 보석처럼 잘 준비시켜 한국과 협력하라고 보내준 유학생도 많은 것 같다"며 "그들을 찾아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유학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 사역을 하는 배영선 선교사는 "만 2년간 유학생 사역에 집중하며 느낀 것은, 좋은 학교가 아닌 경우 유학생들이 장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빠 전도의 접촉점을 찾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배 선교사는 사역자로서 어려운 점에 대해 "유학생들은 학위 취득 후 본국에 돌아가는데, 교회가 숫자에 관심을 갖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며 "대게 사역자들도 교회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사역자들이 언어를 잘 구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성경뿐 아니라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선교사는 "교회 입장에서는 처음엔 유학생들을 사랑으로 이끌었는데, 말없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여러 교회를 배회하는 것을 보면서 유학생 사역을 굉장히 어려워하게 된다"며 "또 선진국이 아닌 저개발국가에서 오는 유학생은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 교수가 유학생들과 좋은 접촉점이 되는데,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압박과 눈치 때문에 신앙모임에 나가는 부작용도 있다"며 "기독 교수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학생들이 공부도 하고, 신앙모임에도 잘 출석할 수 있도록 롤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창의적 접근지역인 중국에서 많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농촌 지역을 찾아가 지도자훈련을 하지만 지식인들과의 접촉은 어렵다"며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온 것은 시대적 부르심인데, 국내 유학생 사역을 선교로 인정해주는 등 한국교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인휘 교수는 "관계가 형성돼야 복음전도도 가능하다"며 "한국어 교육을 위해 성경을 교재로 사용하는데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만나면 먼저 30분 정도 삶을 나누고 관계를 발전시킨다"며 "한국 성도들과 일대일 멘토도 맺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관계가 형성되면, 개인적 어려움과 신앙적 이야기도 나누게 되어 사역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윤식 교수는 총평에서 "이번 포럼은 한국교회와 선교사역에서 구심적 선교, 즉 찾아오는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한국과 세계 유학생 선교 방안과 전략에 있어 사례도 발굴됐다"고 말했다. 유학생 사역 사례로는 지역교회 연합을 통해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유학생 사역을 하는 PCM(Presbyterian Campus Ministry) 사역과 한국의 서울대교회(SNC) 유학생 사역, 한양대 ISF(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 활동 등이 발굴됐고,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유학생 지원센터 건립, 국제유학생동아리연맹 창설, 지역교회 내 유학생 선교부 발족 등이 제안됐다고 말했다.
노윤식 교수는 특히 "이번 포럼에서 강조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막16:14~16)하는 선교 명령에서 전파는 곧 '소통'(communication)으로 번역할 수 있다"며 "'친밀한 관계', '친구'가 되는 것을 통해 유학생들의 삶의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영적으로나 물적으로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