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제12회 에큐메니칼 신학대학원연합 공동수업이 '정치윤리와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지난 3일 그 두 번째 수업이 경동교회(담임 박종화 목사)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정치와 교회'(강사 이해동 목사) 수업을 시작된 공동수업은 이날 두 번째 시간으로 성공회대학교 김동춘 교수(사회과학부)가 '정치와 사회: 교회의 정치참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주제로 강의했다.

먼저 김 교수는 "보수교단의 대형교회에서 선거 때 누구 찍으라고까지 노골적으로 공공연하게 설교한다. 그런데 그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채택하는 사람은 없다"며 "기존 질서에 편승하는 사람은 아무리 헌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교회와 정치가 유착이 돼도 뭐라 하지 않지만 조금 더 비판적인 사람이 사회와 현실을 비판하면 정치적이라고 한다. 이것은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운동나 노동진영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나 힘센 쪽이 뒤에서 로비를 해 여러 가지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힘이 약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정권을 비판하거나 하면 곧바로 노조가 자기의 본업을 어겼다며 언론 등 여러 곳에서 공격을 당한다"며 "기존의 정치사회질서에 대해서 불편한 사람들이나 세력들이 개입하는 데는 아주 강경한 비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의 교회는 정말 너무 노골적으로 정치에 많이 참여해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두환 정권 때 조찬기도회 그것보다 더 노골적인 정치참여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며 "독재자를 위한 기도회다. 한 나라의 교계 지도자가 특정한 정치권력, 특히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약자를 탄압한다든지 다른 나라를 침략한 부정의(不正義)한 권력을 찬양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그 권력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들을 간접 희생 시키는 방조범이 되는 것이다. 또 그들이 한 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는 "정치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논어의 공자님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바르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의'(Justice)의 문제인데, '정의'는 고르게 하는 것이다"며 "출발은 어쨌든 사람 고르게 살게 하고 약한 사람이 덜 처절하게 되게 하는 것이 '정치'인데 강자의 편에 서서 뒤에서 박수쳐주고 그 대신 말해주고 두드려 패주고 싶은 것 대신 패주는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12회 에큐메니칼신대원 연합강좌가 지난달 27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

앞서 지난달 27일 '정치와 교회'를 주제로 강의한 이해동 목사(행동하는 양심 이사장)는 "1960년 4.19학생혁명 이후 기독교 지식인들의 참회와 각성으로 비롯된 교회의 정치에 대한 비판적 기능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질적인 면으로 본다면 한국교회의 매우 자랑스러운 면이고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적인 면으로 보면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교회들은, 대형교회일수록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기능은 전무하고 도리어 방조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앙의 정치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신앙이 정치의 시녀가 되고 도구가 되어 정치의 악마성을 증대시키는데 이바지하게 될 뿐이다"며 "이 경우 겉으로는 신앙의 순수성으로 위장하여 순수한 신도들을 호도하지만 실제로는 정치권력에 아부하고 결탁함으로써 안전과 이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교회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치의 신앙화는 기독교신앙의 본질적 과제라 하겠다. 정치의 신앙화는 기독교가 정치를 지배하자는 뜻이 결코 아니라 신앙적 가치, 즉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정치의 속살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며 "예수의 십자가는 바로 이를 위한 자기희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교회가 한국의 역사현실에서 진정한 복음이 되자면 거짓과 폭력과 불평등과 증오로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오늘의 정치현실 속에 하느님의 진실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속살을 채워 넣기 위해 십자가의 고난의 행진을 도모해야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해동 목사는 광주의 민중시인 문병란 선생이 1985년도에 쓴 시라며 '예수가 계신 곳은' 이라는 시를 소개했다.

예수가 계신곳은
- 문병란

호화찬란한 교회당
거기에 예수는 없다
은빛 빛나는 벽장식의 거대한 십자가
거기에 예수는 없다
수천만원이 모이는 바구니 속의 헌금
거기에 예수는 없다
장엄하게 들리는 수백명 합창단의 찬송
거기에 예수는 없다.

예수는 예수를 모르나 예수를 닮은 사람들의
어질고 가난한 손 가운데 있고
굶주린 사람들이 물어 뜯는 한덩이 빵
義人의 목마름을 적시는 한 잔의 우유
빈 창자를 채우는 한 그릇 밥 속에 있다.

그대 서가를 장식하는 금박의 책
그대의 허영을 만족시키는 속세의 명성
소리 높이 부르는 저 호리톤의 기도
흥겨운 박자에 맞추어 부르는 열광의 찬송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파는
뭇 바리새인들의 혀끝에서
예수는 두 번 다시 처형을 받는다.

벗겨지지 않는 가시면류관
멎지 않는 구멍 뚫린 옆구리의 피
두꺼운 벽 속에 갇힌 예수의 신음소리
수만번 다시 죽는 기나긴 형벌 속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죽이는
또 하나의 창끝에서 피를 흘린다.

양심을 살인하는 오만한 지식
거기에 예수는 없다
독점과 이기와 재물이 쌓인 곳
거기에 예수는 없다
파벌과 분쟁과 증오와 싸움
거기에 예수는 없다.

손발이 마비되고 눈이 먼 불구자
문득 거지가 되어 내미는 손 속에 있고
어느 골방에 쓰러져 있는 사나이의 절망
병균이 파먹어 버린 병든 폐 속에 있고
먹다가 남은 한 덩어리 식은 밥
가난한 사람들의 굶주림 속에 있고
오늘은 고통을 안고 죽어 가는
베이루트 여인의 썩은 창자 속
붕붕거리는 파리떼의 날개 속에 있고

예수여, 당신은 義에 주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오늘의 뜨거운 목마름
한국 청년의 손을 묶은 쇠고랑 속에 있다
민주와 통일을 부르는 절규
두 번 다시 죽어야 하는 당신의 십자가에 있다.
오 ! 아직은 옆구리에
피 멎지 않는 예수여
이 땅의 기나긴 고난이여.

한편 오는 10일에는 특별 대담이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한국사회의 새로운 정치윤리와 건강한 시민사회공동체 구성을 위해'라는 주제로 전·현직 정치인들을 강사로 초청해 진행된다. 이어 17일에는 '정치와 신학'(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24일에는 '정치윤리와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이해동 목사, 김동훈 교수, 서관선 교수를 대담자로 초청해 좌담회가 진행된다. 공동수업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진행되며 3시간은 1학점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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