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헌법은 모든 주에서의 동성결혼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불과 2년 전 "결혼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는 각 주가 결정할 문제"라며 보수주의자들을 안심시켰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뉴요커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와 같은 대조적인 입장 변화를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최근 미국 5개 주에서 올린 동성결혼 금지 상고를 연방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서도 "나의 재임 기간 중 연방법원에서 이뤄진 최고의 결정"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각 주에서 동성결혼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연방법원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이 결정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지금까지 내려졌던 그 어떤 결정들보다도 중대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결정은 비록 연방법원이 지난 1967년 인종 간 결혼 금지를 폐기한 러빙 대 버지니아(Loving v. Virginia) 판결을 내릴 당시만큼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는 못하지만, 법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볼 때 미국 헌법의 평등 보호 조항(Equal Protection Clause)은 모든 50개 주에서의 동성결혼의 합법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동성결혼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지만 결혼에 대한 정의는 각 주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미국의 각 주들이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하고 있고 다양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이것은 건강한 과정이자 건강한 토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도 이 문제는 지역적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역사적으로 결혼의 정의는 연방 관할이 아닌 지역 관할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6일(현지시간) 동성결혼을 금지해 달라는 인디애나, 오클라호마, 유타, 버니지아, 위스콘신 5개 주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효력이 연방법원 판결을 앞두고 정지되어 있던 주들에서까지 동성결혼이 즉각 합법화되면서 미국 내 3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6월 결혼을 한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사이의 결합으로 규정한 1996년 결혼보호법(DOMA)을 위헌이라고 선언한 판결 이래로 가장 충격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파운데이션의 선임 연구원인 라이언 앤더슨 박사는 연방법원의 동성결혼 금지 상고 기각은 '합법적인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건강한 결혼 문화는 물론 건강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불행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앤더슨 박사는 동성결혼을 둘러싸고 미국 국민들 간에는 첨예한 의견의 대립이 있으며, 따라서 연방법원의 의무는 양측의 견해 모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