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서구와 비서구의 유수한 복음주의 선교 신학자들이 모여 오늘날의 세계와 복음에 대해 논의하는 스토트-베디아코(Stott-Bediako) 포럼이 15일 한국에서 개막했다.
스토트-베디아코 포럼은 제2, 3세계 선교신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존 스토트(John Stott)와 콰메 베디아코(Kwame Bediako)의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인페미트(INFEMIT)와 옥스퍼드선교대학원이 협력하여 매년 개최해 왔다.
15일 오후 7시 안양제일교회(홍성욱 목사)에서 수요예배와 함께 진행된 포럼 개회예배에서 라스 뉴맨 자메이카 카리브신학대학원 총장은 '은혜의 충만함'(고후12:6~10)을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뉴맨 총장은 이날 "스토트와 베디아코가 남긴 유산은 바울, 어거스틴, 루터 등이 남긴 유산과 같다"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울은 그의 삶을 통해 나의 힘과 능력으로 되지 않고, 약한 데서 강해짐으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바울이 발견한 역설적 진리는 스토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인들은 다윗과 골리앗, 스가랴 선지자의 메시지 등 성경이 말하는 이 역설적 진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맨 총장은 세계적인 복음주의 학생선교단체를 이끌었으며, 자메이카에서 영향력이 큰 지도자다.
홍성욱 목사는 이날 인페미트의 설립 배경과 포럼 주제 등을 소개했다. 홍 목사는 "1970년대 선교신학계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며 "제2, 3세계 복음주의 세력이 급성장하면서 그 동안 선교신학을 주도해 온 서구 복음주의 세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당시 충돌이 일어날 뻔했는데 당대 최고 선교신학자인 존 스토트와 세계교회에 영향력이 컸던 빌리 그래함이 중재했다"며 "이들이 제2, 3세계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를 키우기 위해 콰메 베디아코와 손을 잡고 만든 것이 로잔, 옥스퍼드선교대학원, 인페미트였다"고 소개했다. 홍성욱 목사는 "로잔은 협의체가 아닌 운동이며, 이를 이끄는 단체가 인페미트, 이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이 옥스퍼드로 세 곳이 모두 정신과 주도 세력이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홍 목사는 "현재 인페미트에는 1천여 명의 세계 선교신학자가 가입돼 있으나 존 스토트, 빌리 그래함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많이 약화되었다"며 "인페미트를 새롭게 강화하기 위해 스토트-베디아코 포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인페미트, 로잔 등에서 비서구권이 3분의 2로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졌지만, 서구권이 여전히 주도권을 갖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높아진 위상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홍성욱 목사는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1백 년 동안 선교를 재평가하면서, 급격히 다원화되고 있는 21세기에 어떻게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고 선교할지에 대한 길을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원석 옥스퍼드선교대학원 학장은 "성령님의 부르심을 따라 세계 선교의 지평을 열어가는 이 일에 함께한 여러분과 안양제일교회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 동안 옥스퍼드선교대학원의 박사학위자 수가 유럽에서는 1위, 세계에서는 4위를 했다"며 "올해 다루는 세 가지 주제의 연구논문은 책으로 발간돼 세계선교와 기독교의 미래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작년 주제의 연장 선상에서 '선교학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2'를 주제로 멜바 메게이 박사(Melba Maggay), 조슈아 반다 감독(Joshua Banda), 알 티존 박사(Al Tizon)가 주 강사로 나선다.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는 16일에는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교(총장 김상복 박사)에서 두 번의 기조 발표와 논찬, 채플 등이 진행되며 17일 오전 다시 안양제일교회에서 마지막 기조발표와 논찬, 질의응답, 만찬으로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난다.
인페미트(International Fellowship for Mission as Transformation)는 비서구권 교회가 복음전도, 사회 정의를 통합하며 성장해야 하는 필요에 따라 1987년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의 국제 모임으로 시작됐다. 남미의 에스코바(S. Escobar), 크로아티아의 쿠스미츠(Peter kuzmic) 등 제3세계의 선교 지도자들과 존 스토트, 론 사이더, 빌리 그래함 등이 모임을 시작했다. 인페니트는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의 두 축이라는 로잔언약의 선언에 따라 억압받는 사회현장에서 통전적 선교(holistic mission)를 해야 하며, 급성장하는 비서구교회의 선교 경험이 미래 세계 기독교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비서구 신학 및 리더십 개발, 출판, 컨퍼런스 사역 등을 하고 있다.
비네 사무엘(Vinay Samuel), 크리스 썩든(Chris Sugden), 데이빗 쿡(David Cook)과 아프리카 신학의 거장 콰메 베디아코, 빈곤과 기독교인의 책무로 이름난 론 사이더, 기독교와 문화의 충돌로 아시아의 목소리를 내 온 멜바 마가이(Melba Maggay) 등이 인페미트에서 선교 방향을 제시했다. 지금은 남미의 룻 빠딜라(Ruth padilla)를 중심으로 2세대 리더들이 21세기 '변화로서의 선교'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잔운동의 결과 존 스토트와 빌리 그래함의 전폭적인 헌신으로 시작된 옥스퍼드선교대학원은 지난 30년 동안 현대적 관점에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각 교회에서 선교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교신학자와 실천가를 양성한 신학훈련기관이다. 영국 옥스퍼드 도심에 있는 이곳에서는 서구권 학자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선교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선교학 박사(PhD)를 배출했다. 한국인 박사 학위자로는 최무열 전 부산장신대 총장, 홍성욱 WEC 한국이사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