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직장인 황지혜(28·여)씨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페이스북을 통해 12일 서울역 고가도로가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어머니 조현주(55·여)씨와 함께 이 곳을 찾았다.
황씨는 "서울역 고가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면서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된다니 기대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황씨 어머니의 생각은 딸과 반대다. 조씨는 "짧은 거리를 공원화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커보이지 않는다. 교통 대란만 부추길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위해 공원을 조성하는 게 좋을지 몰라도, 특단의 교통 대책없이 공원을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 하다"고 말했다.
이 날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남대문시장 입구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입구 앞 횡단보도부터 만리동 램프 끝까지 약 1㎞ 구간이 개방됐다.
서울역 고가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준공 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역 고가는 1970년 준공 행사 당시 박정희 대통령 부부가 테이프 커팅을 위해 걸어 올라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보행공간으로 개방된 사례가 없다.
이 날 서울역 고가를 밟아보려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4시간 가량 찾은 시민은 2300여 명(서울시 추산)에 이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집회가 열려 한때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들은 공원화 사업이 세계적인 쇼핑센터인 남대문지역 상권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380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을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서울역 고가 일대에 경찰 5개 중대 350여 명이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