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루머를 보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와 정치권까지 일제히 반발하면서 한·일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 8월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에서 대통령 행적이 7시간가량 파악되지 않은 것과 관련, 증권가 관계자나 정계의 소식통 등을 인용한 사생활 루머를 보도해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 것으로 보고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 청와대 경내에 머무르며 서면과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으며, 정씨는 당일 서울 강북 모처에서 친분있는 한학자(漢學者)를 만나 점심식사 후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외국 언론인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2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검찰은 지난 8월부터 6차례나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정지를 연장하는 등 사법처리 수위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죄를 전제로 불기소 처분하는 '기소유예'도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근거도 없이 여성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남녀 관계가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당사자를 상대로 사실 확인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증권가 정보지나 정치권 소식통 등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보도 근거로 제시할 뿐 구체적인 취재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 23년간의 기자생활과 4년 가까운 한국 특파원 생활을 통해 국내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점,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이나 사과·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벌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가토 전 지국장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알면서도 고의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익적 목적을 위한 의혹 제기일 뿐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