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자신의 롤모델을 넘어섰다. 그래도 만족은 없다. 남자 허들의 새 강자로 떠오른 김병준(23·포항시청) 이야기다.
김병준은 30일 인천 서구 연희동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허들 110m 결승에서 13초43으로 결승선을 통과,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김병준은 한국 남자 허들의 간판 스타로 활약하던 박태경(34·광주시청)의 그늘에 가려있던 선수다.
이전까지 굵직한 대회에는 거의 나선 적이 없다.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선 적이 없고, 아시안게임 출전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전국선수권대회, 전국체전 등에서 1위에 오르며 국내 제패에 성공한 김병준은 올해 6월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전국선수권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더니 처음 나선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 허들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경이 2002년 부산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는 등 동메달 획득은 세 차례 있었지만 은메달은 없었다.
이날 김병준의 기록은 한국신기록이기도 하다. 김병준은 박태경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딸 때 세운 한국기록(13초48)을 4년 만에 0.05초 앞당겼다.
늘 자신이 등을 보고 걸었던 롤모델을 넘어선 것이다. 박태경은 김병준의 롤모델이자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기도 하다.
김병준은 굵직한 대회에서 단번에 롤모델을 넘어서며 '청출어람'을 선보인 셈이다.
김병준은 "내 롤모델은 박태경 선배다. 영원한 모델이자 스승이다"며 "선배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시면 거기서 좋은 것, 나쁜 것을 골라 들으며 배운다"고 밝혔다.
박태경의 한을 풀어줬다고도 볼 수 있지만, 김병준은 금메달을 걸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금메달을 땄어야 박태경 선배의 한풀이를 해주는데 많이 아쉽다"며 "은메달을 딴 것도 좋지만 아쉬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준은 "금메달을 따자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마지막 허들에서 힘이 들어간 것 같다"며 "마지막 10번째 허들에서 더 빨리 떨어졌어야하는데 옆 선수가 따라붙는 것을 보고 의식해 힘이 들어간 것 같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래도 그는 "금메달과 한국신기록이 목표였는데 한국신기록은 세웠다"며 웃어보였다.
신성처럼 등장한 김병준의 등장은 한국 남자 허들에도 호재다. 박태경이라는 대형 스타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눈에 띄지 않던 차에 김병준이 거둔 호성적은 한국 육상으로서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아시아 무대에서 2위에 오른 김병준의 시선은 세계를 향했다.
김병준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 꿈이다. 내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며 "기록을 13초20대까지 당겨보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레이스 초반이 약한 편"이라고 말한 김병준은 "옆의 잘 뛰는 선수를 잘 따라 붙어야 한다. 후반에 처지는 스타일이 아니니 초반에만 잘 따라붙으면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병준은 "단거리 종목에서 아시아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아시아 선수도 단거리 종목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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