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계가 무척이나 시끄럽다. 2013년 WCC와 2014년 WEA라는 세계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양대 연합기구의 총회를 한국에 유치했음에도 그 파열음이 만만치 않다. 어느 때보다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일어나는 한국교계의 분열 양상은 큰 우려를 사고 있다. 그리고 이 파열음의 중심에는 교세 1,2위를 다투는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자리하고 있다.

두 교단은 원래 하나였다. 1959년 양 교단의 분열에 대해서는 많은 신학자들의 다각적인 연구가 있었지만, WCC를 둘러싼 정치적,신학적 문제를 빼놓고 이를 설명할 수 없다. 헌데 현 시점의 한기총을 둘러싼 갈등이나 WCC 유치와 준비가운데 생겨난 혼란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1959년 통합,합동의 분열의 계기가 되었던 제44회 총회와 경기노회

 

◆ 분열의 역사의 잔재 …'WCC 총회' 통합 내에서도 찬반 갈려

공교롭게도 WCC,WEA 총회 유치는 모두 한국의 양대 연합기관 대표회장으로 통합 측 인사가 재직할 시절 이루어졌다. WCC 유치는 2009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대표회장이자 당시 통합 총회장였던 김삼환 목사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WEA 총회 유치 역시 같은 교단 인사인 이광선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시절인 2010년 확정 지었다.

WEA 총회의 유치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지만, WCC 총회 유치에 맞서려는 보수진영의 움직임과 맞물려 더 속도를 내게 되었다는 것이 교계의 정설이다. 이러한 상반된 성격과 이유를 가지고 유치된 총회를 한 교단의 인사들이 각각 유치를 주도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된 듯 보이지만 지난 분열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아니다.

통합과 합동이 WCC를 둘러싼 견해 차이 등을 이유로 분열되었다고 하나 정확하게 이를 기준으로 두 교단이 나누어진 것은 아니었다. 반 WCC 인사 중에서도 양 교단의 재통합을 위해 중립을 지키다가 통합으로 합류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통합 측 인사가 유치한 WCC 총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적잖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예장 통합 전국장로회연합회는 WCC총회 유치 확정 당시 ‘NCCK의 신앙 및 신학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란 제목으로 신앙선언을 하기도 했다.

WCC 둘러싼 양 교단의 갈등 심화…한장총도 분열되나

예장 합동은 최근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의 참여 보류를 선언하고 나섰다. WCC 지지 교단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는 전 한장총 대표회장이였던 예장 통합 측 인사인 양병희 목사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기총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합동총회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에 대한 본 교단의 입장’이란 제목의 선언문에서 “한장총의 본래 설립 목적은 장로교단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것임에도 한장총 양병희 전 대표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구인 한기총을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장총의) 이러한 정치적 발언은 한국교회를 정치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함으로써 물의를 일으켰다”며 “본 교단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조치를 취하기 전 까지는 한장총 참여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예장 합동 이기창 총회장은 “한장총이 설립된 취지와 다르게 ‘합동-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통합-한장총’과 같은 대결구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회장은 “일각에선 WCC 세계대회를 앞두고 한기총에서 밀려난 통합이 한장총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한장총이 정치에 기울지 말고 장로교의 본질 회복과 연합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한보총 창립발기인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합동측은 결국 한국장로교보수교단총연합회(가칭•이하 한보총)를 새로 출범시켰다. 17개 교단이 출범시켜 참여 교단도 벌써 33여개의 교단으로 늘었다. 참여교단들은 아직 한장총을 탈퇴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장로교단 연합기관이 두개로 나누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양 교단의 대결 양상 대표연합기관 ‘한기총’까지 흔들어

WCC 총회 유치로 불거진 양 교단의 갈등은 가장 많은 교단과 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한국교회 대표적인 연합기관인 한기총까지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통합 총회가 주도하에 발표된 9개 교단의 최근 성명에서 한기총의 정관 개정 문제와 WEA 총회 진행 불투명성과 이단의혹 인사 개입 문제 등이 지적됐다. 예장 합동측의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기총은 이에 장문의 반박성명을 내고, 이에 다시 통합 측이 세를 불려 재 반박 성명을 내는 등 설전이 오가고 있다.

정관 개정 문제는 한기총 개혁을 위한 투쟁처럼 언론들에 의해 그려지지만 뒤에는 차기 대표회장을 둘러싼 양 교단의 완력다툼이 있다. WCC 총회를 반대하는 합동 측은 한기총이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기 교단의 유력후보를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내세울 필요가 있고, 통합 측도 마찬가지로 WCC총회에 한국교계의 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기총의 대표회장직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WEA 총회 진행 불투명성과 이단의혹 인사 개입 문제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WEA 총회가 WCC 반대인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이를 견제할 필요성을 느낀 나머지 검증이 끝난 인사에 대해 다시 이단 의혹을 제기하고, WEA 준비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비판을 가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교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한기총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WEA총회 유치 감사예배를 드리기 위해 방문한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에게도 부분적으로 우려를 사는 등 역효과가 벌써부터 나고 있다.

최근 한장총 상임회장직을 반려한 정서영 목사는 는 “방한한 WEA 대표단을 만나보니 한국교회가 분열돼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일부 언론들이 한기총에 대한 비판 성명을 확대 재생산해 논란을 부추기고 심지어는 은연중에 분열까지 부추기고 있는 등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방한한 WEA 대표단과 한기총 길자연 대표회장, WEA 국제이사회 김상복 의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립을 넘어 하나됨을 위한 길 모색해야

이러한 대립 속에서도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하나됨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WCC총회 문제도 신학적인 분명한 입장차이가 있지만, 방관하거나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 참여해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성욱 박사(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는 최근 종교개혁을 맞아 열린 ‘WCC에 대한 한국성경신학회의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하나됨과 기독교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WCC가 그 동안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 곧 ‘복음이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등을 고민하도록 제안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WCC 총회가 확정된 상황에서 (보수적 교회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거나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복음을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계획과 준비들을 해야 한다”며 “지난 1980년대 한국의 선교단체들이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복음을 전했듯, WC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모여드는 세계교회에 복음을 소개해야 한다. 만약 이런 준비를 게을리 하면, WCC는 더욱 다원화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한기총 #WEA #한장총 #통합 #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