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공공시설을 사탄 숭배자들의 모임에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모임의 개최를 막기 위해 시민 서명운동을 별여 온 지역 교계는 당국에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다.
사탄 숭배자들은 21일(현지시간) '검은 미사'를 오클라호마 시티 시민센터에서 개최했다. 이 센터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로, 많은 시민들이 출석하는 지역 교회들이 예배 장소로 대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모임의 주최자이자 이 지역 사탄 숭배자들의 대표인 애덤 대니얼스는 '검은 미사'에 대해서 "우리가 드리는 미사는 가톨릭 미사와 비슷하다. 다만 참석자들이 하나님 대신 사탄을 숭배한다는 것만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은 미사'는 오클라호마 시티뿐 아니라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사탄 숭배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며 앞서 5월에도 하버드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세터닉 템플(Satanic Temple)'이라는 이름의 사탄 숭배 조직의 후원 아래 개최될 뻔 했으나 지역민들과 학생들, 교계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 시티에서는 지난 8월 초 시민센터에서 '검은 미사'가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톨릭 교계가 주도해 시민들 가운데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왔다. 그 결과 총 21만5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그러나 당국은 사탄 숭배자들에게 시민센터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클라호마 시티 가톨릭 지도자인 폴 코클리 대주교는 앞서 지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가톨릭 미사를 조롱하고 모독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행사를 당국에서 나서 지원한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고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검은 미사'는 가톨릭 교인뿐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들의 가장 신성한 신앙에 대한 왜곡이자 공격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검은 미사'가 열리기 바로 직전 드려진 주일미사에서 "악의 힘은 매우 실제적인 것"이라며, "'검은 미사'는 우리 사회에 이러한 악의 힘을 이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이 끔찍한 일이 시민들이 지원하고 있는 공공시설에서 열리도록 허락하고 있다. 시의 관리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나는 오랫동안 사역하며 선과 악의 대결은 이렇게 일상적인 일을 통해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지켜봐 왔다"고 밝혔다.
오클라호마 주 보수 주민단체인 전통가정재산보호를위한미국인협회(American Society for the Defense of Tradition, Family and Property)의 존 릿치 대표도 "'검은 미사'는 미국 사회에서 하나님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며,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하나님을 공격하는 것이고, 가장 추악하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가톨릭 미사에 도전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서명한 청원서는 "오클라호마 시티 시민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인 악마 숭배적인 '검은 미사'를 강력히 거부한다. 당국에 전 세계 10억 가톨릭 교인들과 우리 시의 20만 가톨릭 교인들은 물론 하나님을 사랑하는 모든 미국인들을 모독하는 이 집회를 취소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