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청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경찰서장이 돈 봉투를 돌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6일 한국전력 대구경북건설지사 사무실과 이모 전 지사장의 자택 등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께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한전 사무실과 이 전 지사장의 자택과 승용차, 청도 풍각면 소재 송전탑 건설 현장 사무소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경찰은 전날 주민들에게 직접 돈을 건넨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한전 직원들이 경찰 조사에서 '회삿돈이 아니라 개인 계좌에서 인출한 돈'이라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만 부풀렸다.
일반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17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의 사비를 냈다는 점이 의심스럽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이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죈 것은 한전 직원들이 경찰 조사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증거인멸을 차단하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한전 사무실 등에서 확보한 법인 계좌 내역과 자금 출처 관련 각종 문서 등에 대해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과 압수품들을 면밀하게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전 측은 여전히 돈의 출처에 대해 입을 닫고 있어 '돈의 출처'를 두고 경찰과 힘겨루기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경찰 수사의 방향은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 압수수색을 통해 얼마나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돈의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지거나 한전 측과 이 전 서장과의 유착관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도 송전탑 돈 봉투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돈의 출처를 밝혀낸다면 이번 수사는 한전 고위층이 연루된 비자금 수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한전 윗선 개입 여부를 파헤치는 수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찰의 발 빠른 수사 행보에 따라 이번 수사가 과연 어디까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