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21세에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24세에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한 '천재 신학자', 독일교회가 정치 세력과 야합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은 '투사', 20세기 초반 전 세계를 혼란 속에 몰아넣은 히틀러에 맞서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지킨 '순교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1906∼1945)의 전기가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여수 돌산 갈릴리교회 김순현 목사가 옮긴 '디트리히 본회퍼'('복 있는 사람' 펴냄)는 새로 확인된 사실들과 완간된 디트리히 본회퍼 전집을 참조해 1967년 출간된 초판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개정판으로, 분량이 1,468쪽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요약본만 나왔을 뿐 완역본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회퍼의 제자이자 친구인 에버하르트 베트게가 1967년 완성한 이 전기는 본회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세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 동시대에 살았던 정치·역사·신학적 주요 인물들을 함께 다뤄 디트리히 본회퍼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시대를 재구성한 방대한 작업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신학자가 되고 싶었던 본회퍼는 튀빙겐 대학교와 베를린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927년 그가 쓴 박사학위 논문 '성도의 교제'를 보고 세계적 신학자 칼 바르트(1886-1968)도 극찬했을 정도였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본회퍼 개인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대사, 히틀러 치하의 독일교회의 상황과 20세기 초반 신학적 흐름, 교회 투쟁사, 저항 운동사, 에큐메니칼 운동 초기의 단면과 신학의 단면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진정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고자 고민하는 이들에게, 신앙과 삶, 목회와 신학의 균형을 지키며, 정의와 윤리를 위해 생명까지 내건 신앙인의 모범을 제시해 줄 것이다.
한국칼바르트학회장인 케리그마신학연구원장 김재진 박사는 "우리가 본회퍼의 삶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인 스스로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서, 그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순종의 삶', 곧 '신행일치(信行一致)'의 삶을 본회퍼는 성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