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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몇 달째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들에게 추석은 두렵기만 합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인 강모(54)는 추석을 앞두고 시름이 깊어졌다.

넉 달째 일을 해왔지만 한 달 치 임금만 받고 그 뒤로는 한 푼도 못 받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이미 공사대금을 결제했지만, 강씨가 속한 하청업체 사장이 개인 빚을 갚는데 다 써버린 탓이다.

결국, 강씨의 현장 동료 20여 명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우울한 추석을 맞이하게 됐다.

강씨는 "회사사정이 어렵다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사장이 하소연해 지금껏 참아왔는데 이제는 연락도 끊겼다"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당장 월급을 받지 못하면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한 달만 월급이 밀려도 생계에 지장을 받는 탓에 밀린 임금을 받는 데만 몰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강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고,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서 민사소송이라도 진행하고 싶지만 당장의 생활비도 없는데 많은 시간과 소송비용 때문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추석 연휴 고향에 가는 것도 포기한 채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한 해 동안 결실의 기쁨을 누리며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할 추석 명절이지만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에게는 우울하기만 하다.

땀 흘려 일했는데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들이 전국적으로 약 1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국 6만1929개의 사업장에서 13만9486명의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체불임금 총액은 6589억 원으로, 1인당 평균 체불액은 472만 원에 달했다.

또 최근 3년간 체불임금 총액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1인당 체불액도 늘어나고 있다. 체불 총액은 지난 2011년 1조874억 원이었다. 2012년 1조1772억 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1조1930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또 1인당 체불액 역시 2011년 390만 원에서 2012년 413만 원, 2013년 448만 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고질적인 임금체불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주들이 임금체불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부 악덕업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악덕 사업주에 대한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는 임금체불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악덕·상습 체불로 명단공개 대상이 된 사업주 498명 가운데 490명(98.4%)이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징역형 처벌을 받은 사업주는 8명(1.6%)에 불과했다.

체불임금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악덕 사업주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권석 노무사는 "임금을 체불해도 대부분의 사업주가 벌금형 처벌에 그치다보니 오히려 임금을 지급지 않고 처벌을 받겠다는 사업주들도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주 명단 공개 등 다양한 정책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범죄와 비교해 볼 때 악덕 사업주에 대한 법의 잣대가 관대한 경향이 있다"며 "무엇보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징역형과 같은 엄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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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