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제27차 열린대회마당을 열고,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설교 표절' 논란에 대해 공론화했다.
이날 행사는 전병금 강남교회 목사의 사회로 김경원 대표회장과 손인웅 목사가 환영인사 및 취지를 전했으며, 발제자들의 발표 후 이성구 목사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가 진행됐다.
정주채 향상교회 은퇴 목사는 '설교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은 한국교회의 경우,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며 "'생명언어설교연구원(대표 박필 목사)에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90%의 목사들이 표절 설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많은 목사들이 쉽게 표절해 설교하고 때로는 발각돼 교회가 분란에 휩싸이기도 한다"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정 목사는 "또 어느 대형교회 담임목사도 설교 표절을 하고, 이것이 교인들에게 알려져 설교를 중단하고 몇 개월 동안 근신한 일이 있다"며 "특히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설교를 표절하거나 도용하는 일들이 아주 쉬워졌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위 목회자료나 설교자료를 제공한다는 미명으로 여러 교회들의 예배현장에서 행해진 설교들을 녹취해 그대로 올려놓고 있다"며 정 목사는 이런 인터넷 사이크가 10곳도 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점에 가면 훌륭한 목사들의 설교집들이 즐비하게 나와 있다"며 "이런 설교집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 설교 표절이란 말 자체가 무색하고 새삼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목사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반성과 공감이 이뤄지길 바라며, 목회자들의 회개와 쇄신으로 한국교회의 사경(査經) 전통을 다시 살려 진정한 부흥과 갱신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환 목사(서울 서문교회)는 '설교 표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하의 발제에서 "작금의 한국교회는 설교 표절로 몸삼을 앓고 있다"며 "재정 문제, 목사의 윤리성 문제와 아울러 설교 표절까지 문제가 되어 내홍을 앓고 있는 교회가 한둘이 아니"라고 안타까워했다.
한 목사는 설교 표절의 잘못에 대해 설명하며, ▲표절한 설교는 하나님의 현재적 메시지를 가로막으며 ▲설교 표절은 설교자의 영혼을 고사시키는 행위이며 ▲설교 표절 행위는 교회를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교 표절의 개선을 위해 ▲설교 작성에 관한 전반적 교육의 강화 ▲목사의 과중한 설교사역에 대한 제고 ▲목회 성공주의 신드롬 극복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안진섭 목사(새누리2교회)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설교 표절"에 대해 발제하며 "설교 표절의 문제는 언제든 터질 일이었다"며 "중소형교회 목사들부터 대형교회 목사들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목회자들 사이에는 설교 표절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 목사는 설교 표절에 대해 "다른 사람의 설교를 통째로 베껴서 설교하는 경우는 무조건 설교 표절에 해당하며, 다른 사람의 설교 아우트라인(윤곽)을 그대로 베낀 경우도 역시 표절"이라고 말했다.
또 "아우트라인(윤곽)은 자신이 직접 구성했어도, 속 내용은 몇 편의 설교를 짜집기한 설교도 역시 표절이며, 어느 설교자의 깊은 묵상에서 나온 문장을 마치 자신이 묵상한 결과인 것처럼 출처 없이 말하는 것도 역시 표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교 표절의 결과에 대해 안 목사는 "설교자에게 미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의 설교가 전혀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또한 성도들에게 진리의 말씀을 부정직한 방식으로 전달하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안 목사는 "설교 표절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설교 표절이 방치된다면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질적 저하와 그로 인한 한국교회의 추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남의 설교를베끼는 표절 설교가 아니라 성경의 말씀을 붙잡고 씨름하는 싸움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설교를 해야 하며, 그것만이 자격없는 죄인이 이 땅에서 설교자로 살아가는 죄를 조금이라도 더는 길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