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 정부의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를 저지하기 위한 군사개입에 미 교계 지도자들이 정반대의 견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가톨릭과 개신교 지도자 53명은 IS에 대한 미 정부의 군사적 대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쓴 이 서한에서 이라크의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평화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자들은 "이라크 민간인들의 극심한 고난이 국제사회의 응답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행동은 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살상무기와 공습은 이라크의 정의로운 평화에 대한 위협을 없애지 못한다"며, "이처럼 강대한 도전 앞에서 비록 어려움이 뒤따른다 하더라도 우리의 대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이라크에 대한 지원과 평화와 화해를 위한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IS에 대항하기 위한 무력 대응은 용인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서한에 참여한 가톨릭 지도자들은 이에 대해서 교황이 폭격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지도자들은 특히 2011년 리비아에서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축출을 지원하며 가해진 미국의 군사개입이 더 큰 정국 불안정을 초래했다며, "폭격이 의미하는 것은 더 큰 분열과 유혈사태, 극단주의 세력의 활개, 폭력의 순환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들 지도자들의 견해는 앞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찬성하며 소수종교인 보호를 위해서 더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요청한 지도자들의 견해와 상반된다. 8월 초 미국 보수주의 가톨릭과 복음주의 지도자들, 그리고 유대교 지도자들 50명은 "IS를 파괴하는 것만이 이라크에서의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종교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군사작전의 대대적 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IS 세력을 근절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미국이 이끌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이라크에 지상군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S는 지난 8월 20일 미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납치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공습을 지속하고 이라크와 쿠르드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IS가 이라크에서 소수종교인들을 '집단학살'하고 있으며, 여자와 어린이들에 대한 납치, 고문, 성폭행, 노예화, 살인 등의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를 규탄해 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폴리의 참수 이후 미국이 시리아에서의 공습 역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28일 국가안보 회의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가능성은 배제한 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IS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동국가들의 협력이 필요로 된다며, "IS는 폭력과 혼란을 초래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 이상의 이념 같은 것은 없다. 이들과 같은 극단주의 단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듯한 모호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