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은총(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이란 명제가 정립되기까지는 많은 신학적 논쟁이 있었고, 지금도 신학자들은 '칭의와 구원'에 대한 각자의 다양한 견해를 내놓으며 믿음을 견고히 하고자 하고 있다.
11일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진행된 한국성경신학회 제34차 정기논문 발표회에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조직신학)는 '칭의와 구원 문제에 대한 제임스 던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하며 우리의 믿음과 구원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승구 교수는 우선 "소위 '바울의 새 관점'이 여러 사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새 관점을 교회와 관련하여 널리 퍼뜨리고 있는 톰 라이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논의를 하였으므로 이번에는 라이트보다는 교회와는 조금은 떨어져 있지만 학문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임스 던(James D.G. Dunn, 1939~)의 견해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고 발제의 문을 열었다.
그는 제임스 던을 소개하며 "글라스고운대학교와 캠브리지대학교 출신으로 노팅햄에서 신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후 1982년 이후로는 오랫동안 덜햄대학교의 신약학 교수로 가르쳤고, 지금은 라이프푸트 명예 신학 교수로 있는 덜햄의 대표적인 교수요, 영국 신약 학계의 중요 인사로 2006년에 영국학술원 회원이 되었다"며 "처음에는 영국 복음주의성경학자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틴델 하우스와 연관하여 활동할 정도로 상당히 복음주의적인 입장에서 그의 학문적 여정을 시작하였기에 점점 더 성경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가는 그의 학문적 과정이 우리에게 안타까움의 원인이 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 교수는 "던의 논의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은 그가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나타난다"며 "그는 '율법으로는 의롭다하심을 받을 수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을 그냥 자연스럽게 해석하지 않고, 여기서 말하는 율법이란 할례 같이 유대적 특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부가하여 해석하면서 바울은 할례를 행하는 등의 일로 언약 백성됨을 드러내는 것으로는 의롭다하심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바울이 그 말을 할 때는 할례, 음식에 대한 규례를 지킴 등의 행위로 의롭다함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지 어떤 행위를 하므로 의롭다하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고 햇다.
그는 "그러나 많은 주해자들은 이런 던의 해석이 바른 해석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다"며 "한 예로, 슐라이너는 '율법의 행위들'에 대한 던의 견해는 바울이 로마서 3:20과 연관하여 로마서 2:17~29을 논의하는 맥락적 논의를 정확하게 살피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 바울은 로마서 2:17-29에서 할례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 일반에 대한 불순종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는 말이다"며 "건전한 해석자들은 유대인들의 이런 특권적 자부심과 그런 의미에서의 율법 행함만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행한 바에 근거해서 의롭다함을 받으려는 모든 시도가 바울의 글에 의해 부정되는 것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승구 교수는 던의 구원론과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던은 '율법의 행위'라는 말을 독특하게 해석한 결과로 유대인들의 정체성의 표시로서의 율법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마지막 심판 때에 있을 하나님의 종국적 구원 선언은 우리가 평생 행위한 것에 근거해서 주어진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것은 신학사적 논의의 빛에서 보면 결국 펠라기우스주의의 가능성,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반(半)펠라기우스주의(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양 극단의 이론인 어거스틴주의와 펠라기우스주의의 중도적인 입장을 가리키는 말: 바로가기)를 주장하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고 했다.
이승구 교수는 "던은 하나님께서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믿음으로 칭의하신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그는 칭의가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도 하고, 개혁자들과 함께 칭의는 '그와 함께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조항'이라고 강조하며 바울의 복음은 이신칭의의 복음이라고 한다. 또 '그 누구라도 하나님 앞에 서려면 겸손한 믿음으로 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던은 '믿음'이라는 말과 '칭의'라는 말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제시하므로 결국 고전적 의미의 이신칭의에 대한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 되는 아이러니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던은 천주교 사상에 대한 종교개혁의 '저항이 분명히 필요하고 정당화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중요성을 지닌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위한 성경적 지지를 바울에게서 찾으려고 한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해석학적 실수'였다고 한다"며 "던의 말을 따르면 '이신칭의'의 종교개혁적 주장을 할 수 있는 성경적 근거는 없어지게 되므로 던의 논의는 결국 종교개혁의 주장 자체가 그 근거를 상실하도록 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던이 톰 라이트 정도의 논의를 하는 것이라면 그는 톰 라이트와 함께 '교단적으로는 개신교에 속해 있으나 사상적으로는 반(半)펠라기우스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으로 비판되어야 한다"며 "던이 로마서 2~3:26까지를 요약하는 말에 의하면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을 믿으며 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던에게 믿음은 복음을 듣고 받아들이는 것만을 뜻하지 않고 항상 '복음을 신뢰하면서 받아들이고 헌신하는 것으로 특징지원지는 전체 삶'과 관련된 것이다"고 지적하고 "던은 예수님이 문자적인 의미에서의 신적인 메시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던은 로마서 8:3의 '죄 있는 육신의 모양'이라는 말을 전통적인 해석과는 다르게 예수님이 모든 점에서 우리와 동일하게 되셨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 구절은 '예수님의 죄의 육체, 타락한 인간과 온전히 동일시되신 것을 표현하는 바울의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다"고 해석했다.
끝으로 이승구 교수는 "이 타락성을 지닌 육체에 대해 하나님이 하신 일을 강조할지라도 던의 논의는 결국 행위로 말미암는 인간 공로에 의한 구원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다"며 "물론 그렇게 된다는 것을 던 자신은 부인하지만 결국 그런 함의가 그의 논의에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