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도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들이 "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민투표법 제14조는 국민투표 선거인 명부를 작성할 때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 거소신고가 돼 있는 사람만을 조사해 명부에 포함시키도록 정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국민투표는 대의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대한 국민의 승인절차에 해당한다"며 "국민투표는 선거와 달리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돼야 하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 대의기관을 선출할 권리가 있고, 그 기관의 의사 결정에 대해 승인할 권리가 있다"며 "이같은 본질적인 지위에서 나오는 국민투표권을 추상적인 위험이나 기술상의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해 즉시 효력을 상실케 하면 국민투표를 하려고 할 때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게 된다"며 "입법자가 이 조항을 개선할 때까지 효력을 유지토록 하되 2015년 12월31일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효력을 상실케 한다"고 결정했다.
반면 이진성·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국민투표는 대한민국 헌법질서에 가장 핵심적인 영역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절차"라며 "국내에서 어느 정도 생활을 하는지 그 밀접성 정도에 따라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이들 재외국민들은 국내 거소신고를 한 사람들에게만 국회의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소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소속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특정 지역구의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