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교계와 일반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락사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이러한 움직임에 찬성하면서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전 세계적 과학자인 호킹 박사(72세)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견해를 내세웠다. 그는 "지속적인 병마와 싸우며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동물들이 고통 받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은 원하지 않는 고통을 계속 받아야만 하는가?"라며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 역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실제로 시도에 옮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호킹 박사는 20대 초반에 2-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은 개인이 결정할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이 그 결정을 빼앗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기관절개술을 받았을 때, 나는 숨을 쉬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숨을 쉬려는 몸의 반사작용이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모든 사람들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주되 마음이 바뀔 경우를 대비해 2주간의 기간을 두고, 고통 받고 있는 환자가 직접 지명한 2명의 의사를 증인으로 두는 보호 장치를 제안했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죽기를 원하는지와 타의에 의해 압박을 받아 죽음을 결정한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있어야만 한다"며, "이 보호장치야말로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 상원에서 안락사 허용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교계 지도자들은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이에 맞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영국에서는 1961년에 제정된 자살 방지 법안에 따라서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현재 자살을 도운 행위는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있다.
영국 교계 지도자들은 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안락사 합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가톨릭 교회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을 포함해 21명의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시크교, 불교 등 다양한 종파 지도자들이 이 성명에 서명했다.
한편, 호킹 박사는 지난 2010년에도 저서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에서 '자발적 창조(spontaneous creation)'의 개념을 제시하며 "우주나 인류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종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는 신의 존재를 부정함과 동시에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며, "신학은 불필요하다"고도 선언했다.
이에 당시 종교계는 물론 기독교인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호킹 박사가 "과학과 신학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영국 왕립연구소장을 지낸 수전 그린필드 옥스퍼드 링컨대학 교수 "과학의 가치가 (일부 학자들의) 오만에 의해 훼손된다"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것처럼 우기는 것은 탈레반과 다름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주장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