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에서 예전과 달리 복음주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빌리 그래함 목사의 손자인 툴리언 치비전(Tullian Tchividjian) 목사는 그 원인이 복음주의자들 스스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에서 코럴릿지장로교회(Coral Ridge Presbyterian Church)를 목회하고 있는 치비전 목사는 최근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 신앙의 핵심 메시지가 공공 영역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이는 복음주의자들이 (복음의 메시지보다는) 정치적 견해로 더 많이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종교적 우파는 복음 메시지 전파보다는 정치적 운동에 집중해 왔다고 그는 지적했다. "복음주의자들은 그 동안 '우리는 예수를 위해 미국을 되찾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식의 구호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왔다. 그 와중에 우리가 잃어버린 메시지는 여러분과 나와 같이 지친 영혼의 죄인들과 지치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것이다"고 치비전 목사는 설명했다.
미국 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미국 성인들의 30%만이 복음주의자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고, 42%가 중립적인 견해를 나타냈으며, 27%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으로 복음주의자들을 보고 있었다.
치비전 목사는 "복음주의자들이 미국에서 일반인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를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어떠한 견해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우리가 그런 견해를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듣는 기본적인 메시지가 '세상을 뜯어고쳐야 한다. 모든 악을 지워버려야 한다'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복음주의자들이 이 세상에 전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치비전 목사는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에 대해서 '나는 포로된 자들을 자유케 하기 위해, 압제 받는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상한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왔다'고 밝히신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한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자신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에 대해서, '세상이 반기지 않는 진리를 전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리는 특정 당이나 정치 후보자의 편에 서서 좌를 위해서나 우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길 자청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나는 진리의 순교자'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전하라고 하신 진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고 그는 말했다.
치비전 목사는 한편, 복음주의자들이 다른 교파나 종파 신자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0이 가장 냉담하고 100이 가장 온화한 반응이라고 했을 때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서로에 대해서 82의 반응을 보였지만, 유대교인과 가톨릭교인은 60, 불교인은 39, 힌두교인은 38, 무슬림은 30, 무신론자는 25 정도의 점수만을 받았다. 치비전 목사는 "다른 교파와 종파에 속한 신자들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복음주의자들은 기독교 신앙을 바르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치비전 목사는 오늘날 복음주의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빌리 그래함 목사 역시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는 사역 초기인 50년대와 60년대 초반에 인도했던 전도집회에서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이 언급했다고 하시며 이를 실수라고 말하셨다. 그는 이 점이 당신의 사역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것들 중 하나라고도 하셨다"고 말했다. 치비전 목사에 따르면, 그래함 목사는 자신이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로 사역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 때 '복음전도자인 내게는 어떤 인종적, 정치적, 성정체성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치비전 목사는 "그 이후로 할아버지께서는 특정 정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을 멈추셨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나 한 정당을 지지하는 순간부터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당신이 전하시는 메시지를 더 이상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 사이에서 다리의 역할을 하기 원하셨고, 정치적인 일에 관여하기보다는 복음 전파의 사명에 집중하기 원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