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진(59) 서울과학기술대 조형학과 교수의 30년 작품 세계가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 1층 일우스페이스에 펼쳐졌다.
인간과 자연,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탐구하는 황용진은 전시마다 다양한 기법과 실험적인 시도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다.
'피시스 & 파츠(Pieces and Parts)'란 제목으로 1980년대 초기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 점을 전시했다. 전통적인 페인팅부터 종이에 에칭, 네온사인, 실크스크린 등이다. 회고전 형식이 아닌 작품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위해 작품 간의 대화, 조화, 반응, 대립을 설치 콘셉트로 했다.
작가가 그린 여러 점의 풍경화는 한 벽면에 모아 놨다. 각기 다른 시간대와 장소를 재현한 풍경들의 모임을 통해 또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풍경들은 얼핏 보면 비슷비슷하다. 해질녘이나 새벽녘, 적절히 푸르고 적막해 보이는 자연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다른 벽면에는 대학원 시절 회화부터 '인간'과 '동물'이 중심이 된 그림, 언어와 기호들이 등장하는 그림을 섞어 걸어 놨다. 이 그림들은 주제, 화풍, 기법에서 서로 유사성은 없어 보인다. 다채로운 기법 실험, 새로운 스타일 모색,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그림들이다.
각 그림은 자체로서의 필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양옆, 위아래 그림들과 서로 대립하거나 만나면서 이색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그림 한 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점이 모여 있는 거대한 벽면이 하나의 작품처럼 존재한다. 관람객들이 이전과는 다른 에너지, 묘한 다이내믹을 느끼며 작가의 30년을 음미할 수 있게 했다.
일우스페이스 측은 "작가이자 한 사람으로서의 30여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작품 변화의 과정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며 "작품들, 조각들이 모여서 부분이 되고 작품들로 이뤄진 부분들이 모여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을 구성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새로운 형태의 회고전 형식"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관객은 그림을 다양하게 읽어 볼 수 있다"며 "작품 하나에 몰입하고 그 속에서 풍요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주제로 접근해 작품을 읽을 수도 있고 기법 혹은 시기별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용진은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 때부터 자연과 인간, 문명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지난 30년의 작품 활동을 통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실험적인 전시를 하며 활약 중이다. 다양한 작업 속에서도 지속해서 인간, 동물, 자연을 관찰하며 언어와 기호를 활용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9월 24일까지 볼 수 있다. 02-753-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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