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 한의대 교수가 제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패소했다. 사실상 해당 제자의 성추행 피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다.

6일 판결문에 따르면 대학원생이던 A(27·여)씨는 2012년 5월부터 서울 한 유명 대학 한의과 S 교수의 연구실에서 일했다.

A씨는 같은 해 8월 13일 한 협력업체의 초청으로 S 교수 등과 함께 부산에 내려갔다. 일정 중에 가진 회식 자리는 호텔 지하 노래방으로 3차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S 교수는 A씨의 허리를 감싸고 포옹을 하려고 하는 등 성추행했다. 이어 자리에 있던 한 남학생을 가르키며 "한번 덮쳐보라"고 수치심을 주는 말도 했다고 한다.

S 교수의 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교수는 9월 18일 공동연구를 하는 다른 대학 교수의 생일을 맞아 A씨 등 5명과 함께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A씨가 자리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려하자 S 교수는 식당 밖으로 따라나와 그를 가로막았다. 이에 A씨가 "교수님 딸이라면 이렇게까지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S 교수는 노골적인 발언도 했다고 한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S 교수 부인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쪽은 A씨였다. 다른 대학원생들과 이 대학의 성폭력 상담센터에 신고해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S 교수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된 A씨는 같은 해 12월 인터넷 한 사이트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백을 주장하던 S 교수는 적반하장 A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기 이르렀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조규설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거짓말로 말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인터넷에 올린 글도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에 따르면 S 교수는 A씨에게 '실수했고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연구비 용도로 받은 법인카드로 빵 등을 구입해 5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컴퓨터에 저장 돼 있던 회계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S 교수는 "성추행 사건은 이번 판결과 별개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A씨를 무고로 맞고소 한 상태"라며 "검찰의 객관적인 조사로 그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 교수는 자신의 대학에서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관계자는 "2012년 12월 교내 성폭력 상담센터에 이 사건이 접수돼 조사를 벌였으나 사실로 드러나지 않아 기각됐다"며 "이번 판결 만으로 성추행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제자성추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