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서 처음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나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권오균씨(64)를 23일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권씨는 유 전 회장의 처남으로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다.
권씨는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의 창시자인 고(故)권신찬의 둘째 아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가 권신찬의 아들이자 그 후계자격인 유 전회장의 처남이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구원파 자금을 끌어다 유 전회장 일가에 몰아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는 2010년 2월 누나인 윤자씨 등과 공모해 구원파 재산을 담보로 297억원 상당을 신도 명의 등으로 대출받도록 했다. 권씨는 이 돈을 가로채 계열사 사업자금 등으로 유용해 구원파에 손해를 끼치며 본인의 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씨가 대표로 있는 트라이콘코리아는 주택 건설·분양업을 하며 최대 주주는 유 씨의 장남 대균씨(20.0%)씨다. 유 씨 일가가 소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10.3%)는 이 회사의 주요 주주이다.
권씨가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음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친인 척 중 재판에 처음 넘겨진 사례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부인인 권윤자(71)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천지방법원 안동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권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기소된 권오균씨의 누나이기도 하다.
유 전회장 계열사 중 하나인 '달구벌' 대표 권씨는 동생인 권오균(64·구속기소)씨와 공모해 구원파 자금 300여억원을 끌어다 유 전회장 일가에 몰아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다.
전 구원파 신도들 사이에서는 권씨가 달구벌뿐만 아니라 유 전회장 계열사 전반의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친 '막후 실세'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른바 '7인방'으로 불리는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 등 유 전회장의 핵심 측근 7명의 모임에서도 주요 결정은 유 전회장이 내렸지만 자금과 관련된 문제는 권씨가 모두 맡았다고 한다.
권씨는 도피 중인 유 전회장의 장남 대균씨의 도피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편 권씨의 도피를 돕던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여신도 조모(71)씨도 함께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또 다른 조력자 김모(62)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안 부장판사는 영장이 기각된 김씨에 대해 "범행에 주도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