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파국을 막기 위한 여야 협상파들의 절충 노력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강경론이 만만치 않아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경우 강봉균 김성곤 최인기 김동철 의원 등 온건파들이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절충안을 만들어 전체 의원 87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45명의 지지를 이끌어 냈으나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진척을 시키지 못한 채 `숨고르기'를 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대표적 협상파인 황우여 원내대표와 국회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협상과 대화를 계속 주장하며 민주당의 `ISD 절충안' 당론채택을 기다리고 있으나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당내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어 곤혹한 입장에 처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비준안 처리의 2차 디데이(D-day)로 여겨졌던 10일 국회 본회의를 취소하면서 비준안 처리를 다시 한번 미뤘지만 여야간 절충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물리적 충돌 등 구태를 반복하면서 파국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협상 시한을 금주까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할 성과가 없을 경우 내주부터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등 단독처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 위원장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협상파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하면서도 "(협상)시한이 무한정될 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온건파는 이날 오전 별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모임에는 강봉균 김성곤 김동철 의원 등 5-6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일단 지도부의 강경기류를 감안해 당장 속도를 내기보다는 한나라당의 입장과 양당 원내대표간 협상결과를 지켜보면서 향후 입장을 정리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직권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은 거듭 여야간 타협을 주문했다.
박 의장은 오전 기자들과 만나 "타협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 정치의 본체이고, 정치 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빨리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