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교회로서 교회 정관에 ‘반드시 1인 이상의 여성목회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도 하다. 임 목사는 그러나 “제 아무리 성평등을 지향하는 진보 교회라고 해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며 “부임 초기 생경했던 것은 교인들이 여성목회자에게 갖는 기대감이 주로 심방과 상담에 있다는 것이었다. 유독 여성목회자만이 교우들 모두의 근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 부여가 다소 힘들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8일 생명평화마당 월례포럼 ⓒ이지수 기자

‘여성주의 목회’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교회라 할지라도 “그 밑바닥에는 여성목회자가 더 잘할 수 있는 목회의 내용이 정해져 있다고 보고, 그에 따른 고정화된 성역할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비판이었다.
 
진보 교회에서 여성신학이 소외 받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많은 진보 교회들에서 “여성신학, 퀴어신학 등을 통해 새롭게 복음을 성찰해 보는 기회가 없다”며, 그 이유에 대해 “진보 교회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만으로도 교인들이 증가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진보신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는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가 보수 교회와 마찬가지로 진보 교회에도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며, 20세기 초 부흥사 빌리 선데이(Billy Sunday)의 메시지를 인용했다. 빌리 선데이가 ‘예수님과 여성은 이 낡은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여성들이 우리의 사회적 삶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외쳤던 이면에는, “여성은 가족의 영적 생활을 책임지고, 사회의 공적 영역은 남성들이 감당한다는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가 있다며, 이러한 은근한 방식으로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가 진보 기독교에서도 종종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 교회를 향해 “가부장제의 뿌리가 사회보다도 깊이 박혀 있는 교계에서 진보를 표방하고 있고, 여성주의 신학과 여성주의 목회가 교회개혁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하면서도, 기존의 질서를 고수하는 데 골몰하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러한 자성은 “교회 현장에서 여성 교우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이혼·성폭력·가정폭력 등 위기 상담에 어떠한 기준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 결혼·출산·피임을 일종의 책임으로서만 여성에게 역할 부여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성찰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번 포럼은 <교회 개혁, 여성이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임 목사 외에 배현주 교수(부산장신대)와 최소영 목사(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가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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