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즈(Open Doors USA)가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이유로 가장 폭력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나라 10곳을 지목한 리스트를 발표했다.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오른 국가는 최근 기독교인 여학생 납치 사건으로 국제적인 우려를 낳은 나이지리아였다.
이는 오픈도어즈가 매년 발표하는 기독교 박해 국가 리스트(World Watch List)와는 별도의 것으로, WWL 리스트가 조사 대상 국가들의 전반적인 종교자유 억압 상황을 평가하는 반면, 이번 발표된 리스트는 지난 2012년 11월 1일부터 올해 2014년 3월 21일까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력과 테러 행위를 건수 단위로 집계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최근 수년간 기독교인에 대한 물리적인 공격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를 따로 지목한 것이다.
미국 오픈도어즈 데이빗 커리(David Curry) 회장은 "최근 수개월간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충격적인 폭력 사태들은 이 나라에 종교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 이슬람 테러단체인 보코하람과 그외 폭력적인 성향의 이슬람 단체들이 기독교인들에게 가하고 있는 일상적인 위협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리 회장은 "학교에 가거나, 교회에 가고, 자기가 기독교인임을 밝히는 것 같은 일들이 나이지리아에서는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자칫하면 대학살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인 것이다. 서구의 기독교인들은 기도와 지원을 통해 이런 일들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5년여 동안 나이지리아 정부와 지속적인 전쟁을 벌여 왔으며, 교회와 기독교인을 나라 밖으로 모두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무자비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 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를 통째로 폭발시키거나 교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아대는 것은 물론, 최근 발생했던 기독교인 여학생 300명 납치 사건과 같이 교인들을 끌고가 노예로 팔거나 살해하는 등의 반인도적 범죄를 서슴 없이 저지르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이어서 기독교인이 폭력 사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10개국 리스트에 오른 나라들은 시리아, 이집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파키스탄, 콜롬비아, 인도, 케냐 그리고 이라크였다.
오픈도어즈에 따르면 이들 나라들에서는 조사 기간인 17개월간 수천 명 규모로 희생자가 발생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기간 동안 2,073명의 기독교인이 사망했고, 시리아에서는 1,479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1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이들 10개국에서 17개월 동안 파괴된 교회와 기독교인 시설과 사업체의 수를 합산한 결과 총 3,641개에 달하는 건물들이 공격을 받아 무너졌다. 같은 기간 이들 나라들에서 기독교인들이 당한 폭력, 납치, 강간, 체포, 강제결혼 등의 범죄 행위는 총 13,120건에 달했다.
한편, 올해 초 발표된 오픈도어즈의 2014년 WWL에서 1위는 북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폭력 국가 리스트에서 북한이 빠진 이유에 대해서 오픈도어즈의 북한 담당 사역자인 잰 버미어(Jan Vermeer)는 "북한이 빠진 것은 이 나라에서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실상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이 기아와 인권침해, 고문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집계 자료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번 리스트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WWL를 담당하는 월드왓치리서치(World Watch Research)의 프랜스 비어먼(Frans Veerman)은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 행위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중동과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다"며,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와 부족 간 분쟁, 그리고 조직적 부패가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조장하는 주요 요인들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이들 10개 국가들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