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불교의 화엄사 천은사 주지를 비롯해 총무단 그리고 불교방송 불교신문과 언론 관계자 등 12명이 지리산의 선교사 유적지인 왕시루봉에 등반해 이를 대대적으로 취재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4월 3일 등록 문화재 접수 절차에 따라, 5월 23일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불교계 화엄사 등의 요청으로 조사일정을 미룬 상태였다.
이런 상황 가운데 불교계가 대대적으로 나서서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이 일에 대해 "이를 방송과 언론에 부정적으로 보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고, "이를 기독교계에서는 매우 불쾌해하며,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리산의 선교사 유적지는 1972년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건축물로, 왕시루봉 유적지는 이미 1962년에 건축된 건물들이다. 교계에서는 그 동안 이곳의 선교사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손길로 안간힘을 써왔고, 여름이면 문화재위원인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서 붕괴방지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태풍이나 폭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출입허가를 받아 관리인을 두고 수년 동안 어렵게 관리를 해왔던 곳이다.
지리산 왕시루봉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사들이 발병기(發病期)인 여름철이면 사용했던, 화려한 별장과 휴양지와는 거리가 먼, 오두막집 식 피난처이다. 교회언론회는 "선교사들이 낯선 이국땅에 와서 수많은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고, 우리나라 개화기에 발달한 문명을 전해 주었던 공로가 있다"고 말하고, "이는 단순히 종교사적인 문제를 떠나서 문화 인류학적 의미와 건축사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미 고증한 바 있다"고 전했다.
실지로 국가와 사회에서도 이들의 공로를 알고, 그들에게 5·16 민족상 수상, 건국훈장 애족장수상, 호암상 수상,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 등을 통해 그들이 머물렀던 문화/인류학의 의미를 인정했던 바 있다. 교회언론회는 "국가에서 정한 근대문화유산의 개념과 범위에 넉넉히 들어가기 때문에, 그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 문화재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날 현장에서 불교계 인사들이 왕시루봉을 직접 목격했는데, 그동안 줄곧 외국인 별장이라고 주장해오다가 현장을 보고 결코 호화로운 별장이 아닌, 오두막집 식으로 지은 소박하면서도 다양한 외국건축 양식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한 셈"이라 했다.
그러나 "불교계 탐사단이 근대 문화재에 대한 이해도 없이, 선교사 유적지의 세계건축 양식들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트집을 잡는 태도를 보였다"며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2000년도 초에 겨울철 눈사태에 따른 관리목적에 따라 설치한 쏠라판 등을 놓고서도, 마치 관리주체라도 되는 듯, 매우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교회언론회는 "왕시루봉 유적지가 이미 문화 보존 분야의 NGO 단체의 '소중한 문화유산상'을 비롯해서 각계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았는바, 이를 놓고 종교적 다툼이나 '종교 이기주의'로 비춰지는 것을 국민들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불교계, 특히 지리산 지역의 사찰들도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가 비록 타종교의 유적지일지라도 이를 인정할 줄 아는 이해와 식견이 있어야 할 것"이라 했다.
또 "혹시라도 불교계가 지난 5월 30일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 현장을 취재하고 촬영한 내용으로, 6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를 폄훼할 목적으로 언론에 보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등록문화재란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 시기에 형성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형태의 근대문화유산 중에서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히 필요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근대문화유산의 개념과 범위는 '개화기'를 기점으로 하여 한국전쟁 전후까지의 기간에 축조된 건조물 및 시설물 형태의 문화재가 중심이 되며, 그 이후 형성된 것일지라도 멸실 훼손의 위험이 커 긴급한 보호조치가 필요할 경우 포함될 수 있다고 문화재법규에는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