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을 내년 1분기 중 추진한다.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는 3일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결의했다고 삼성에버랜드는 밝혔다.
삼성은 그간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의 사업 개편에 이어 삼성에버랜드라는 상장의 카드를 꺼내면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자 가장 유력한 경영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삼성을 재편하기 위한 수순이 본격 가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건희 회장-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진다. 이 회장이 와병중인만큼 향후 지배구조 이건희 회장이 빠진 지배구조로 개편될 듯하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62만7천390주)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일각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유력한 경영 후계자인 이 부회장을 위해 에버랜드를 지주사로 만들거나 삼성전자 영향력 확대로 보는 움직임도 있다.
우선 점쳐지는 그림은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이합집산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방안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꼭짓점인 에버랜드는 물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한꺼번에 쥘 수 있는 카드다.
삼성에버랜드가 지주사역할을 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각각 전자 계열사와 금융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형태도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지배주주 일가가 절대적 지분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경우 지배주주는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현재 삼성전자 지분의 직접적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전자계열사를,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금융계열사를 지배한다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외에도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모두 합병해 초대형 지주회사가 생겨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비용문제 등을 고려해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건희 회장의 위치만 이재용 부회장이 대체하는 방식도 거론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 내부에서는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다 짜놓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중에도 에버랜드 상장이 결정된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 회장 와병 전부터 상당한 준비과정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을 통해 재편된 사업부문들의 사업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의 바이오사업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4.5%를 보유한 대주주다.
윤주화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각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과 인력, 경영인프라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패션ㆍ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