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을 놓고 갈등하는 중국과 일본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다시 한 번 설전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미국이 일본의 입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이 이에 대해서도 즉각 반발했다.
1일 중국 중신왕(中新網)은 중국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침봉상대 (針鋒相對·바늘 끝과 바늘 끝이 마주하다)'하고 있다면서 팽팽한 대립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환추왕(環球網)도 평론 기사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기조 연설에 관련해 진실을 왜곡한 발언"이라고 비난하면서 '샹그릴라 대화는 아베 개인의 쇼 무대'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조연설에서 "현상 변화를 고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평온한 바다를 되찾도록 지혜를 쏟을 때"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 동시에 미국과 함께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으로 아베 정부가 '안보 독트린'을 발표해 중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대화 메시지에 대해서도 완강한 거부 의사를 보여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났다.
회의 기간 마련된 만찬 행사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중국 측 대표단이 모인 곳에 접근해 왕관중(王冠中) 중국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에게 "중국과의 국방사무·안보 관련 협상이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 부총참모장은 이에 "그것은 일본이 잘못된 대중 정책을 바로잡아 중·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며 "일본은 하루빨리 잘못을 바로잡고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 언론은 두 사람의 대화는 약 5분 간 지속됐고, 중국의 거부로 두 사람이 악수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미국이 일본의 입장을 뒷받침하며 중국 견제에 나선 가운데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도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31일 전체 회의 공개 연설에서 "최근 수 개월 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안정을 위협하고 일방적인 행동을 해왔다"며 "미국은 영토 분쟁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지만 위협과 강압, 자기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무력 시위에 나서는 국가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고 미국이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진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하고, '아시아 재균형'정책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대표는 강력한 비난 입장을 시사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중국군 최고 대표로서 왕 부총참모장은 "헤이글 장관이 전혀 근거없이 중국을 거듭 비난하고 있다"면서 "그의 발언은 헤게모니로 가득 차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불안정한 요인을 자극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선동적이고 위협적이며 협박적인 언사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최고 비(非)군 대표인 푸잉(傅莹)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도 "중미 양국은 많은 공동 이익을 공유하고 있고, 양국 관계는 아·태 지역과 세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은 협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대국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푸 주임은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일부 국가의 도발로 일어난 것"이라면서 "중국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이 같은 도발과 관련해 반드시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며, 이 역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지난 2002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아시아안보회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방장관 등이 참여하는 다자회의로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려 통칭 '샹그릴라 대화'로 불린다.
이 회의가 각국이 고위 관리를 해당 회의에 파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의 유력한 대화 채널로 부상하면서 해가 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