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월스트릿을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는 운동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미국 전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뉴욕을 방문했던 아이가 일부러 시위 현장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파급 효과가 얼만 큰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상위 1%에 대한 하위 99%의 반란’이라는 제목의 이 운동은 왜곡되고 부패한 자본주의 제도에 대한 각성의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라는 책을 통해서 부패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을 쓴 이유는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자본주의의 타락상을 지적하고 그것에 대한 성서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타락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번영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강단에서는 타락한 자본주의에 눈 질끈 감고 그 속에서 번영하는 방법에 대해 설교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급성장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그 같은 ‘번영의 복음’을 팔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가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침묵하고 생존의 비법을 가르치고 있는 동안, 의식 있는 사람들이 월스트릿을 점령하고 나섰습니다. 지금은 부랑자들이 합세하면서 운동의 정신이 퇴색하기는 했지만, 어느 때든, 어느 곳에서든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이 누리는 부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합니다. 부를 형성하는 과정이 정의롭고 그 부를 의롭게 사용한다면, 이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부를 형성하는 과정이 불의하다는 생각, 부가 정도 이상으로 일부 특권층에게 몰려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들이 부를 정의롭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결합하여 ‘부자에 대한 분노’가 형성된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막다른 골목에 당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현상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점에서 회개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이 되지 못하고 그 수혜자가 된 것에 대해 회개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번영의 복음’, ‘허영의 복음’으로 변개시킨 것에 대해 회개해야 합니다. ‘월스트릿을 점령하라!’는 구호를 보고, ‘네 자신의 마음에 웅크리고 있는 탐욕을 점령하라!’는 성령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1%에 대한 99%의 분노’라는 구호를 그대로 받아들여 ‘나는 99%에 속하는 피해자다’라고 자위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기심과 탐욕에 대해 분노해야 합니다. 월스트릿이 제정신을 차리고 변화될런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렇게 회개할 때 내가 변화될 것은 명명백백한 일입니다. 그 작은 불씨가 퍼진다면 온 산천을 태울 수 있습니다. (2011년 10월 30일)
#김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