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교단인 연합감리교(UMC)에서 동성결혼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분열' 제안까지 나왔다.
카리스마뉴스는 29일(현지 시간) 이 교단 내 80명의 목회자들이 "교단이 동성애와 관련한 교리적 논쟁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분열이 임박해졌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보수주의 목회자들이 낸 이 성명은 사실상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쪽으로 교단법을 바꾸느니 분열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목회자들은 이러한 분열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차이로 인해" 불가피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 성명에 서명한 목회자 중 한 명인 맥시 더넘 목사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분열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분열은 이미 우리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이 동성결혼에 대한 심각한 해석 차이가 이어진다면 분열도 생각해 보아야 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카리스마뉴스는 10여 년전만 이 교단 보수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견해 차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우호적 분열"이란 제안을 거절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더넘 목사 역시 2004년 열린 총회에서 "분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그보다는 우리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에 더욱 집중하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동성결혼 합법화의 바람이 미국을 쓸고 지나가면서 이제는 21개 주에서 이제는 동성커플들이 버젓이 결혼식을 올리고 증명서를 발급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교단들에서도 동성결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두고 내부 논쟁이 진행 중이다.
UMC 내에서는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순결에 대한 교단 헌법이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 법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져 왔다. 그동안 이 법을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보수 지도자들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해외 총대들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의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에 더해 최근 교단에서 법을 어기고 자신의 아들의 동성결혼식을 주재한 프랭크 섀퍼 목사의 사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더 확산되면서, 동성애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교단은 섀퍼 목사에게 교단법을 존중하여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면 목회자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결국 이를 거절했다.
이 사건은 교단 내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더욱 더 강력하게 자신들의 견해를 표명하는 계기가 됐고, 이들은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교단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 트리니티연합감리교회의 래리 베어드 목사는 "교단 내 갈등이 파괴적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교단의 분열은 최후의 선택이 되길 바란다"며, "양쪽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80명의 목회자들은 이러한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들은 "'중도점'을 찾거나 '함께 하기 위해 동의하는' 식의 방법은 어쩌면 더 편하고 그리스도인다워 보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이러한 언어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들 중 어떤 쪽도 이러한 타협을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UMC는 목회자들의 이러한 제안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