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무신론자인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을 "세속적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웨일스의 한 문학 축제에 참석해 강연하면서, "기독교의 초자연적인 부분은 분명 믿지 않지만 사람들이 나를 세속적 기독교인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킨스는 옥스퍼드대학교 대중과학이해학 석좌교수이자 '이기적인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의 저자로 젊은 무신론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브리튼즈 헤이 페스티벌(Britain's Hay Festival)에서 한 미국인 목회자의 질문을 받고 답하던 중이었다.
이 목회자는 자신이 더 이상 기적을 믿지 않는다면서 이에 대한 도킨스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도킨스는 "초자연적 현상들을 믿지 않는다면 왜 당신이 스스로를 여전히 목회자라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킨스는 자신 역시 초자연적 현상을 믿지는 않지만 "세속적 기독교인으로 불릴 수는 있다"며 대신 "운명"을 믿는다고 말했다.
도킨스는 자신이 학창 시절 따돌림을 목격했던 당시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따돌림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따돌림을 당한 것도 아니었지만 (따돌림을 목격했을 때) 그것을 말리지 못한 것 때문에 스스로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그려면서 그는 이후 따돌림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학 클럽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을 두고 도킨스는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을 때도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원래 택했어야 할 길로 이끌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킨스는 지난 1월에도 로완 윌리엄스 전 캔터베리 대주교와 대담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문화적 관점에서의 성공회 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