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회 일동이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고백과 실천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희생자 가족과 함께 애도한다"고 말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더불어 회개하고, 함께 모여 기도하며, 유족들과 함께 섬기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고백과 실천]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건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284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20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대한민국 전체는 극도의 슬픔과 혼란, 분노, 죄책감, 좌절에 빠졌습니다. 사고 발생 및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거짓과 조작, 자기만 살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무책임, 무능, 돈을 위해 생명을 저버리는 추악한 탐욕, 그리고 관행이라는 이름의 뿌리 깊은 부패 구조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 일꾼으로 부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무고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한국 사회의 참혹한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기도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기로 다짐합니다.
1. 우리는 희생자 가족과 함께 애도합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15).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구조를 기다리다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간 희생자들과 함께 웁니다. 그들이 겪었을 공포와 배신감,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족과 친구를 걱정했던 순수한 마음을 생각할 때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습니다. 가족의 죽음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유족들의 엄청난 슬픔과 무력감, 상처, 분노에 공감하며 웁니다.
2. 우리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세월호의 무리한 개조가 이루어진 배경, 지체 없이 구조에 나섰다면 대부분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지만 선원들을 비롯한 일부만 구조한 이유, 초기부터 장비와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고 늑장을 부린 이유, 피의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이유, 거짓 보도와 은폐와 조작을 일삼는 이유, 진상 규명과 신속 구조를 요구하는 가족들마저 모욕하는 이유, 정부 및 유관 기구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철저히 밝혀져야 합니다. 분명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대통령은 경기 침체 등을 언급하며 본질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총력으로 지원하며,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합니다.
3. 우리는 회개합니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 타락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습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탐욕을 멀리하며 세상의 소금 역할을 해야 할 한국 교회와 기독인들이 도리어 악에 대해 침묵하고 타협했을 뿐 아니라, 성공주의와 물량주의까지 동원해 가며 앞장섰던 잘못을 하나님과 한국 사회 앞에 자백하며 회개합니다.
4.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하겠습니다.
전국 18개 IVF 지방회와 각종 모임은 물론 전 세계 150여개 IFES 운동체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애도하고 기도하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큰 은혜와 위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구조 작업에 힘쓰는 분들과 수습책임을 맡은 분들, 이 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 가운데 하나님나라의 생명과 정의와 평화가 임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5. 우리는 유족들과 함께하며 섬기겠습니다.
유족들의 정당한 요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언제 끝날지 모를 그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하겠습니다.
416 세월호 침몰 이후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부디 한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한 여학생의 마지막 기도를 들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기억합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불의와 반생명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가 생명과 정의, 평화가 넘치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헌신하겠습니다.
2014년 5월 16일
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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