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살려내자
지난번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교회의 선장인 목사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돌아보려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를 가장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선 당장 위기에 처해 있는 이들을 구해야 할 정부관계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초기대응조처의 미흡,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관계당국간의 책임전가와 자기변명의 태도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관계자들을 질책할 뿐 최고책임자답게 관계당국간의 혼선을 조정하고 긴급한 조난대책을 위한 조처는 실질적으로 취하지 않은 것은 혼선을 부추겼다.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할 뿐 마땅히 정부로서,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취해야 할 실질적 조처는 취하지도 않은 채 떠도는 의혹의 소문을 잠재우려 엄포를 놓고 전문가들의 발언마저 금지시키는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사태를 두고 '세월호-대한민국' '선장-대통령' '선원들-고위공직자들' '승객들-국민들' '선내방송-언론매체들'이라는 서글픈 비유가 떠돌고 있는 지경이다.
여기에 '선주-대한민국 경제를 좌우하는 대자본'이라는 결정적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하니 어쨌든 이 서글픈 비유는 오늘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의 침몰' 사태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이룩하고 마침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처하는 이 나라의 실상이 바로 이 하나의 사건 안에 응축되어 있다. 생명의 안위는 뒷전에 밀리고 오직 자본의 이윤확대와 그에 따른 경제규모의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달려왔던 이 나라의 실상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제도도 미흡하고, 그나마 미흡한 조건에서일지언정 그것을 운영하는 이들의 책임의식도 빈약하고, 총체적으로 윤리의식이 실종된 이 나라의 실상이다. 한국적 근대화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그 실상을 직시하고 그 대안을 찾아 나서려는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그 엄청난 재난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연속된 재난에 익숙해져 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재난들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얼마나 많이 지켜봤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이 나라에서 그야말로 대오각성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이에 대안은 오직 하나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초부터 원칙으로 새판짜기를 하는 것이다. 책임있고 능력있는 국정지도자와 공직자, 정직하고 공정한 언론,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자본의 깨끗한 경제, 준법과 도덕, 양심있는 사회건설로 대한민국이 기초부터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제공>, 글ㅣ이상호 목사(공주세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