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 KAIST 경영대학 교수   ©기독경영연구원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우리나라는 큰 슬픔과 눈물, 무기력감과 탄식, 혼란과 분노 속에 빠져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 원인을 제공한 많은 사람들과 시스템, 그리고 사고 후에도 눈앞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잃고 실종자 중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우리의 무능과 나약함 속에서 우리는 애써 외면해왔던 우리의 민낯을 보았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빠르게 발전해온 우리에게 감추어졌던 치부가 온 세상에 드러났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 한다.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께 들켜버린 아담과 이브의 모습처럼.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일어났던 9.11 테러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만큼이나 이번 세월호 침몰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 슬픔을 당한 사람들, 사건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정부 당국자와 기관들, 함께 슬퍼하고 현장으로 달려와 돕는 손길들, 그리고 혼란스럽게 피하고 싶은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있다. 이 사건을, 또 여러 사람들과 주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또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이번 사건을 통해 잘못을 저지른 많은 사람들이 연일 매스컴에 등장한다. 그들의 잘못에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또 앞으로 구체적으로 잘못을 가려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데에만 초점이 있고 또 여기에 그친다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몇 사람 감옥에 가고 또 세월이 가면 그렇게 잊혀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진정 미워해야 할 것은 인간의 탐욕과 그들이 저지른 나쁜 행동, 그리고 이번 사건에 깔려있는 방치된 시스템이다.

우리 자신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의 분노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만 향해서는 안되고, 이런 불행을 야기한 인간의 탐욕, 이기심, 불의, 이러한 여건을 조성하고 또 불행한 상황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엉터리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철저한 반성과 이러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굳건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번의 뼈아픈 계기를 또 그렇게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어처구니 없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 살아남았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 그 분들에게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나사로가 죽었을 때, 그의 집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함께 우셨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한 11:35). 슬픈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설픈 분석과 임시방편의 해결책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아픔을 함께 하고, 그 마음을 공감(Empathy)하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을 함께 기억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이웃을 돌아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느끼는 것, 이것이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모든 노력의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예수님의 눈물을 통해 배운다. 이웃들을, 고객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그 소중한 마음이 없다면 이번 세월호와 같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이것이 우리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함께 슬퍼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는 국가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경제발전과 풍요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과 안전, 즉 기초를 소홀히 해왔다.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 불균형 성장에서 함께하는 성장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다. 국가의 품격, 즉 국격(國格)의 진정한 수준은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그 사회에서 소외 받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지는 가치와 시스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곳으로 발전하려면,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이제는 국력을 키우는 노력뿐만 아니라 국격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앞에 두게 되었다.

약속을 지키고, 정직하고, 배려하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사회 시스템과 올바른 운영 프로세스, 문화가 자리 잡은 대한민국호를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에는 지도자들의 선한 리더십과 영향력, 그리고 우리 모두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큰 축의 하나인 크리스천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은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한다. 나는 나의 위치에서 나의 소명과 책임을 다해왔는가?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왔는가? 우리 기독교의 거듭남은 급진적인 유턴이고 획기적인 변화이다. 나부터 회개하고 "나중에, 천천히"가 아니라 "당장, 새로 만드는 마음으로" 새로운 방향을 향해 강도 높은 노력을 경주할 때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침몰한 세월호뿐 아니라, 그 속에 감추어진 우리의 탐욕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새로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모습니다. 가라앉은 세월호의 슬픔 속에서,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또 앞으로 살아갈 세월을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이번 사고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유가족들과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과 이 땅의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출처: 기독경영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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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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