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재정회의를 주재하며 안전 예산과 재난대응 시스템에 있어 재난의 사전예방을 하는 방향으로 재검토 할 것을 주문했다. 제한된 세원에서 안전예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회의에서는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혁신이 강조됐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2014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의 재정운영과 관련해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 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하기 바란다"며, "각 부처는 모든 안전 관련 예산과 업무를 철저히 재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도 사고수습과 복구보다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바꾸고 눈에 보이는 시설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안전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전문가 육성, 매뉴얼 작성, 교육훈련 등 소프트웨어에도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새로운 시설을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시설을 안전하게 유지, 보수하는 데도 예산 배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지적된 통합 재난 대응 시스템과 국가 안전 체계를 바꾸는데 중장기 예산을 집중 지원한다. 또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현재 각 부처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등으로 분산돼 있는 재난 관련 예산과 기능을 통합시키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밝힌 중기(2014~2018년) 재정운용전략을 보면 3대 재정개혁방향을 제시됐다. 그 방향은 ▲국민 눈높이에서 재정사업 재설계로 촘촘한 재정서비스 제공 및 투자 효율화 ▲낡은 관행과 틀을 바꾸는 재정구조 정상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활용한 예산절감이다. 한마디로 부처간 얽힌 중복사업이나 사업효과가 크지 않은 사업은 설계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각 부처의 재량지출사업을 줄이거나 새 사업을 최소화해 나가는 돈에 대한 감시를 엄격히 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직전인 15일 발표한 '2015년 예산안 편성 방향' 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난, 안전 분야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일각에선 "보름만에 정부가 중장기 재정계획을 바꿨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혁신 노력은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문제는 세금이 덜 걷히고 국가채무 증가하데, 국정과제, 경제혁신 3개년·지역투자활성화 계획 등 국민과의 약속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느냐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 투자 수요에 복지수요, 지역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수요도 증가하면서 이를 위해 각 부처의 지출구조를 대 수술해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함이 반영돼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 등 국가 안전 쳬계를 바꾸는 것에 예산을 우선 지원하고 통일,복지,교육,문화에 예산을 늘린 대신 SOC와 산업 분야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재정 집행 방식도 정부는 페이고 '페이고(Pay-Go·번 만큼 쓴다는 뜻)원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를 30%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는 등의 재정 전략을 강화됐다.
재정 개혁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5년간 2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유사,중복 사업 300개를 통폐합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재원 대책 없는 신규 사업에 예산 지원을 없앴다. 재정 추가 투입이 어려운 SOC나 국방분야 등에서는 민간의 자원, 경영혁신기법을 활용해 지출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재정 건전성은 국민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우리나라가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튼튼한 재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급증, 북한의 급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재정 건전성 유지에 각별하게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민간 참석자가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국무위원을 비롯한 참석자 140여명 가운데 교수와 언론인, 연구원 등 21명의 민간인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