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자녀에게 다음달 2일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와 두 딸인 섬나(48), 상나(46)씨에게 오는 5월 2일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을 통보했다고 30일 밝혔다.
유 전 회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혁기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은 혁기씨가 그룹 내 주요 직책을 맡으면서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혁기씨는 2007년 세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세워질 당시 장남 대균(44)씨와 함께 각각 19.4%씩 지분을 차지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한 혁기씨는 출판업체 문진미디어와 식품회사 에그앤씨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유 전 회장 일가가 설립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3곳 중 '키솔루션'의 명의자이다. 온지구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내에서도 '종교적 후계자'로 불릴 정도로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딸인 섬나·상나씨 역시 그룹 내 계열사 여러 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래알디자인과 초콜릿 업체 대표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섬나씨가 대표로 있는 모래알디자인은 세모 계열사들의 디자인 및 행사 관련 일감을 싹쓸이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같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과다지급된 인테리어 비용 등을 빼돌려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지난 29일까지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은 검찰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국내에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들에 대해 계좌 거래 금지나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이들을 강제송환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혁기씨 등이 2차 소환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2차 소환 요구에 응할 것으로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유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알려진 최측근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이사와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에게도 같은 날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한편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중 하나인 ㈜아해의 전직 대표인 이모씨와 현직 대표인 또다른 이모씨를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 역시 유 전 회장 일가와 함께 계열회사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상대로 회사 자금이 유 전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갔는지, 그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전북 완주군 소재 도료회사 ㈜아해는 유 전 회장이 사진작가 활동을 위해 해외에 설립한 법인에 투자를 하는 등 유 전 회장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최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아해는 수억원의 정부보조금을 새로 집계하거나 계열사끼리 주고받은 매출·매입액을 다르게 기재하는 방식으로 국고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의혹과 함께 시중은행들로부터 특혜성 부실 대출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자금 관리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송국빈(62) 다판다 대표를 이날 오전 9시2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6시간이 넘게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송 대표를 상대로 계열사간 자금 흐름과 유씨 일가 소유의 경영자문과 개입 여부, 회사에서 수십억 원을 건넨 이유,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사들여 유 전 회장 일가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아울러 2006년부터 6년 동안 세모신협의 이사장을 지냈던 송 대표가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 등에 부당대출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세모우리사주조합으로 출발한 세모신협은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세모, 문진미디어, 다판다 등 주요 계열사에 수십억원의 장단기 차입금을 대여해 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적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는 등 규정을 어긴 부실대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송 대표를 상대로 정확한 대출 금액 및 대출 자금의 사용처, 대출 과정에서 유 전 회장 일가의 지시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9일 김한식(73) 청해진해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1시간 넘게 조사한 뒤 돌려보낸 바 있다. 검찰은 조만간 김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