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8일째인 23일, 아직도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자녀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정부 당국의 안일한 사고 수습에 다시 한 번 격분했다.
오전 2시 진도실내체육관 DNA상담실에서는 해경이 시신의 인상착의 공지를 무성의하게 함으로써 정보가 잘못 전달돼 가족인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항의 소동이 빚어졌다.
해경은 현재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을 가족들이 찾을 수 있도록 체육관 내 대형모니터와 게시판을 통해 인상착의를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상착의가 엉터리로 작성되면서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마저 또다시 가족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것.
실제 해경이 발표한 사망자번호 91번 남학생의 경우 해경의 인상착의 발표 내용과 뒤늦게 아들임을 알아본 가족이 확인한 내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표 내용에는 곱슬머리 단발에 검정색 운동복 하의를 착용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시신을 확인한 가족들은 곱슬머리는 맞지만 귀가 훤히 보일만큼 머리카락의 길이가 짧았고 검정색이 아닌 청색의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상식적으로 남학생이 곱슬머리로 단발을 할 만큼 머리를 길게 기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청색의 운동복을 검정색으로 공지해 놓고도 여태껏 단 한번의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관계 당국을 성토했다.
이어 "나야 어렵게라도 아들을 찾았지만 여기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어떻게 자기 자식들을 찾을 수 있겠냐"면서 "이런 상황에도 실종자가족들의 타는 가슴을 뒤로 한 채 마지못해 자리만 지키고 있는 관계자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DNA상담실의 해경 관계자는 이 일에 대해 "명백한 실수이고 잘못"이라며 가족들을 향해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