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다시금 일어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그 해답으로 교회 내 존재하는 '무신론'을 찾아 깨뜨려야 한다는 다소 이례적인 논문 발표가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주도홍 교수(백석대)가 최근 열린 '제37회 기독교학술원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경건주의 영성과 한국교회"를 발표했는데, '17세기 독일 개혁교회 경건주의의 무신론주의 이해를 중심으로' 설명한 것이다.
주도홍 교수는 먼저 "기독교 신앙 세계 속에 파묻혀 살아가며 교회 안에서 무신론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17세기 독일에서 일어난 개혁교회 경건주의 창시자 테오도르 운데어아익(Theodor Undereyck, 1635-1693)을 중심으로 언급되는 무신론주의(Atheismus)는 경건주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라며 "교회 내적(innerkirchlich) 무신론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는 17세기 독일 경건주의 영성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창으로, 당시 독일에서는 개신교도이든지 가톨릭 신자이든지 했기에 그 안에서 무신론자를 찾는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특별한 것이었고, 나아가 조금은 과격한 구분"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경건주의를 개혁교회 안에서 형성한 테오도르 운데어아익도 당시 독일의 정신적 황무함을 무신론으로 진단하며 묘사하고 있다. 이론적 무신론, 실천적 무신론으로 대별하지만, 운데어아익은 무엇보다도 교회내적 무신론자인 실천적 숨어있는 비밀스런 무신론을 추적하며 어떤 자들이 여기에 속한 자들인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사실 당시 인본주의적 계몽주의가 등장하므로 이론적 무신론자의 본격적 등장이 시작되었지만, 운데어아익에게 있어 밝혀내야만 했던 것은 비밀스러운 교회내적 무신론자들이었다.
주 교수는 "이들이 더욱 파괴적인 것은 교회 안에 있기에 사람들은 안일하게 대처하게 되는데 사실은 이들은 누룩처럼 교회를 타락으로 그리고 무력함으로 이끌어 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무신론은 결국 목회자들까지를 변질시켜 결국 전체 교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다"며 "경건주의자 운데어아익은 세례를 받았으면서 전혀 그리스도적 삶을 살려고도 살지도 아니하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을 어떻게 진정한 신앙인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자신의 목회의 주안점으로 삼았다"고 했다.
운데어아익은 화석화되어가는 힘없는 '습관화된 기독교'를 깨우는 영적 작업인 소그룹 경건모임을 활용했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정당한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교회 속의 작은 교회운동'으로 그는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운데어아익은 성경과 함께 교재도 그리고 찬송가도 새롭게 만들어 도입해야 했다.
주도홍 교수는 "오늘 21세기 한국교회는 20세기 후반부터 물질주의, 쾌락주의, 안일주의, 명예주의, 다원주의 등 여러 가지 많은 도전 앞에 유혹을 받으며 깊은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어떤 학자는 2020년이 되면 기독교인은 400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견하는데, 한국교회는 그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다"며 "그저 여전히 목회성공 기준이 세속적이고 물량적"이라 비판했다.
주 교수는 "21세기 오늘 한국교회에게 메가 처치는 성공적 목회의 상징"이라고 지적하고, "문제는 메가 처치가 무너져간다는 소식"이라며 "가 처치의 원조격이던 미국의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가 부도가 나 문을 닫았는데, 다르지 않게 최근 한국의 거대교회들의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바른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교회다운 거룩한 노력을 다시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17세기 독일교회의 부흥을 위해 운데어아익이 추구했던 경건모임은 20세기 옥한흠의 작은 교회운동인 제자훈련을 통해 한국교회를 깨웠다"며 "21세기에 들어선 한국교회는 어디서 우리의 병을 치유해야 할지 처방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 한국의 초대교회들이 가졌던 순전한 소박한 영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을 세워 말씀을 함께 공부하며 기도하며 나누는 교회 속의 소그룹 경건모임을 도입을 기본으로 시작하는 것을 주장했다. 그는 그런 후 형성되는 거룩한 삶을 세상에 모델로 제시하자고 했다. 또 덧붙여 "세계선교도 중요하지만, 70년 동안 잃어버린 민족의 반을 되찾는 일은 너무도 긴급하다"며 한국교회가 한반도 통일에도 신경 써야 함을 주장했다.
한편 주도홍 교수의 발표에 대해서 논평자로는 김길성 교수(총신대)와 한영태 교수(서울신대)가 수고했다. 또 행사 전 예배에서는 김경원 목사(서현교회)가 설교했으며,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가 개회사를 전했다. 기독교학술원은 오는 5월 2일 오후 2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 소강당에서 "부산총회 이후 WCC의 영성"을 주제로 제21회 기독교학술원 영성포럼을 개최한다.